2010년의 일기엔
'눈을 감아도 그려지는 그림이 있나요?' 라는 질문이
한 세번정도 적혀있다. 그 해에 그 말을 그렇게 몇 번이나
적어두고, 지금도 떠올리는 걸 보면 분명 큰 인상을 남긴
말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가끔 학교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있는 큰 포틀러 나무를 눈에 담아 오랫동안 기억하려고 애쓴다.
우린 일상에서 어떤 그림을 눈에 담아가고 있을까?
어쩌면 눈을 감았을 때 그 날의 무엇도 그리고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나는 하루 하루를 눈을 감았을 땐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무심히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2010년에 내가 자각한 건 그것이었고,
어바웃타임을 보면서 또 다시 그 생각이 들었다.
남자 주인공이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하루를 두 번 사는 부분은 내게 그런 깨달음을 주었다.
무심코 거스름돈을 받던 점원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게 되고, 옆 사람의 이어폰 소리에서 나오는 노래가 짜증났다가도 같은 하루의 두 번째엔 신나게 들릴 수 있게 된 건 그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됐기 때문이겠지.
아마 그는 그 하루를 눈을 감아도 그릴 수 있을정도로 선명히 살아냈을 거다.
극장에서 나오니 남자친구의 얼굴도, 지나쳤던 쇼윈도도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게 된다. 이 시간을 기억하고,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ost도 좋다. ㅎㅎ
영화가 참 선하고 극히 교훈적이다. 입체적이지 못해
아쉽지만 그냥 마냥 착한 남자가 좋을 때도 있는 법이지ㅋㅋ
아무래도 몇 주간은 2010년에 자주 물었던 그 질문을,
매일 자기 전마다 반복할 것 같다.
오늘의 그림을 잘 기억하고 있냐고.
연말용 영화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