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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y
 죽음에 대한 생각...   미정
조회: 2019 , 2001-09-28 01:49
내 초등학교 동창생이.. 화요일날 죽었다..

그 다음날... 영안실의 빈소를 찾아갔다..




솔직히 나는 그 친구를 잘 알지 못한다........

15년여만에 보는 얼굴을... 영정사진으로 봐야 했다...

하얀 국화꽃 속에 파묻힌... 영정사진으로.....아.. 저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알게되었다..

그 앞에서 절을 하면서.. 명복을 빌면서.. 슬쩍 본 사진에서 알게되었다..

그래도 2년동안 같은 캠퍼스를 다녔는데.. 혹시 만난적이 있었을지도 몰라... 하면서......

몇 번인가..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영영 그럴수 없겠지...





.. 병석에서.. 친구들의 편지를 읽는걸 좋아했다고 한다..

그 친구의 형님한테 부탁을 받고서야..몇장 쓰다만 편지를...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끝내 부치지 못했었다.

그게 너무나 마음에 걸려.... 그 끝내지 못한 편지가 있을 책꽂이에 손을 못대고 있다.........

그 편지가.. 서로를 알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텐데..........




.... 죽음이란 그런 것인가....

이제.. 영영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없게 되겠지....

이제 그 사람도 나를 잘 알지 못하겠지..

이제... 영영 그 사람과 인연이란 끈이 닿지 않겠지..





그래도.......

너무 기분이 이상해서... 슬프다고 해야하나.. 허무해야하나.. 안타깝다고 해야하나..두렵다고 해야하나..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그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해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조용히 잊으려 했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

그 친구를 아는 사람...




.... 죽음이...영영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나보다..

이렇게... 그 친구를 아는 사람을 만나게도 되니 말이다..

죽음이.. 영영 사라짐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왠지모르게.. 마음의 위안이 된다....





잊고 있었는데..

어릴 때 나는.. 별은 죽은 사람을 기억해주는 사람만큼 빛난다고 여겼다..

그래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생각을 간혹 했다.. 그 별이 사라지지 않도록...

내가.. 죽게 된다면... 내 별은 얼마간이나 빛나게 될까..............

오얏   01.09.28 마음속에 담아둔다면...

이제와 생각해보면... 어쩌면 첫사랑의 감정였을지도 모르는 ..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건 그녀석이 죽은지 6개월이나 지나서였지요.
글쎄 주변 친구들이 단결해서 소식을 전하지 않았던 거랍니다.
저는 지방대를 다니던 중이라 거의 집에 없었고.
그 친구는 재수중이라 스파르타학원에 있던 중이여서 서로에게 소식을 주지 못한지 1년쯤 되었었거든요.
아니 서로가 1년동안 서로 연락을 자제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했었습니다.

아무튼.. 그녀석의 죽음을 접했을땐,
도저히 믿겨지질 않아서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더랬어요.
오히려.. 밀렸던 공부하고.. 게을렀던 일상을 꼼꼼히 챙기며 바쁘게 생활하게 되는 현상에 의야해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1년쯤 흘렸을까..
정말 느닷없이 그녀석 생각에 매일 뭔가를 쓰곤 했습니다.
그녀석의 낡은 랜드로바 신발과..
거의 매일 쓰고 다녔던 청색의 야구모자..
유난히 까만 피부때문에 깊이를 알수없는 까만눈동자 등이 마구마구 생각이 나는게 아니겠어요..

그렇게 한.. 4~5번쯤인가....
울컥밀려오는 울음으로 밤을새다시피 울었더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저는 믿겨지질 않아요.
그녀석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해서 인지...
너무도 늦게 알아버린 녀석의 죽음소식때문인지..
정말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것만 같거든요.
그래서 가끔.. 정말 가끔.. 밤하늘을 보면서 혼자 말해요..

"호운아... 잘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