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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
 결심  
조회: 625 , 2014-02-25 01:02

이직결심.
내가 이사 생각하고 며칠 뒤 이사 다 했다는 톡을 보내자 아는 후배는 나더러 '추진력 쩐다'고 했다.
그런 나도 이직은 쉽사리 결정내리지 못했다.
생각하는 내내 스트레스 받고 정말 정신병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작년 초에 이어 올해 초에도 하게 됐다.
근데 올해는 진짜 못 버티겠단 생각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다. 3월 초에 이야기하고 3월까지말 일하는 것으로.

여기 소장년 성격이 유별나다고 이 지역에서 다 알고 있더라. 그야말로 소문이 파다했다. 교회 목사님의 사모님인데, 일요일에 교회 집사인 여자한테 접시 던지고 싸웠다면 말 다 했다. 그걸 또 우리 쉼터 애들 있는 데서 싸웠단다ㅋㅋ... 그 말 듣고 헛웃음 났다. 나한테 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것처럼 밖에서도 하고 다니면 이 일 못할텐데. 소장도 소장이고, 나 한 사람에게 프로그램 작성과 추진 등 모든 일을 맡기는 것도 너무 버겁다. 서울, 대전을 혼자 출장다니니 나는 뭐 힘들 일에 돌려먹기 위한 직원인가. 월급이 40만원 줄어든 것도 내 일의 가치가 평가절하된 느낌이라 짜증났고. 그리고 3월 말에 시험이 있는 것도 짜증이 난다. 일도 많은데 시험 준비한다고 쉬는 날까지 도서관에 박혀있으니 스트레스 풀릴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쉬는 날에도 전화해서 들들볶는 소장년이 한몫하고 있고ㅋㅋㅋ..

일을 할 땐 '본질'만 쫒으려다간 나처럼 낭패를 보는 것 같다. 그 이외, 이면의 더 크고 부수적인 면들을,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간파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한다면 일이 과중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 이외의 것들이 과중해서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만두는 것 말고는. 작년 말에는 그래도 참고 2년을 버텨보자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애들이 좋고 뭐고를 다 떠나서 내가 못 버티겠다.

다른 일을 한다면 뭘 할지는 모르겠다. 쉬면서 뭘 할지도 잘 모르겠다. 성형을 약간 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될지도 모르겠고. 혼자 어딜 놀러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사회복지 쪽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제, 오늘 약속이 두 개나 파토났다. 누군가를 만나고 토로하고 싶은데 참 만날 사람이 이렇게도 없냐. 인간이 원래 이렇게 외로운 존재라지만. 외로움은 아무리 외로워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상담사가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내 속을 알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다칠수록 다치는 데 익숙해지는 것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익숙해진다는 것과 무뎌진다는 것은 다르다. 쓴 맛이 단 맛이 될 수 없다는 비극처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