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삼랑진 만어사
청도 꽃자리- 따뜻한 오미자차, 감빙수..
온천욕과 삼겹살.
당신이 건넨 말.
- 누누히 말하지만, 우린 일찍 만났어야했어..
나를 만나면서도 결혼상대를 찾으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그는 몇번의 선자리를 가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자리에 나갔다가 돌아오는길엔
항상 나를 만나, 차 한잔하고 다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선을 보고온 것이 다른사람 이야기인양.
얼마전 그는 이직을 했다.
하고싶었던 공부를 지난 늦여름부터 시작했고,
그결과 원했던 곳에 취업을 했다.
항상 신경써준 나에게 고맙다며, 백수였던 지난 9개월...
첫월급받으면 통째로 준다며 웃곤했다.
이직을 하고나서, 그의 어머님께선
꽤 괜찮은 선자리를 주선해주셨다.
알만한 지역 과학고의 교사.. 168 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그는 집근처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고, 나는 좋은사람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어시간 뒤,
나와 커피를 마시며 그가 말했다.
- 너만한 여자가 없다.
나는 아무렇지않게 웃으며,
나같은 여자가 하나 더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했다.
밀양 만어사에 가고싶다고 했다.
용왕의 아들이 쉴 곳을 찾아 왔다가 미륵불이 되고, 따라온 물고기들이 돌로 변해버렸다는.
숲속 길을 지나 오프로드를 달려 만어사 아래에 주차를 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우리는 돌이 되어버린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운해를 바라보고 소원을 빌면 무게감이 달라진다는 돌 앞에서 섰다.
해봐-
싫어, 그런거 안해.
왜~ 해봐, 소원빌면 이뤄질거같음 돌이 안 들린대- 들어봐바바
야, 그랬는데 돌이 번쩍 들리면 맘 상해, 안해.
당신다운 대답에 깔깔깔 웃고서 공양시간이 끝났지만
찾아온 객들에게 떡과 찐감자, 과일,커피를 내어주시길래 나란히 벤치에 앉아 먹었다.
다음에 날씨 좋은날엔 팔공산 둘레길도 걷구, 포항에 오어사두 가자.
오어사? 어디서 들어봤는데...
거기 왜-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 물 마신곳. 거기가 오어사래.
끄덕끄덕.
돌아오는 길에 청도 한옥카페에 들러 따뜻한 오미자차를 마셨다.
문풍지 구멍뚫어봤어? 난 한옥에서 살고싶은데.. 너무 좋다, 그치?
따뜻한 햇살과 아기자기한 꽃들과 나무냄새.
삼겹살 먹고싶다며, 먹으러 가자, 출출하네.
나보다 고기를 잘 굽는 당신은 맛있게 구워서 내 접시에 옮겨담고
나는 당신 소주잔에 한잔, 내 소주잔에 한잔, 하며 해실해실..
부모님이.. 과학고 선생한테 연락해보래. 며느리감으로 맘에 드나봐
스펙이 다르지, 과학고 선생이라면. 전화해봐, 맘에 들면.
그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기를 뒤집는다.
.. 그랬으면 좋겠어?
맘에 들면, 이라고 했잖아. 결혼도 맘에 들고 좋아야 하는거니까.. 맘에 들면 연락해서 만나면 되지.
문제는 내 맘에 안들어. 부모님은 연락해서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말해보라고 성화시고.
푸.. 그러다 장가 언제 갈래?
고기를 뒤집다가 다시 그는 나를 바라본다.
누누히 말하지만, 우린 일찍 만나야했어.. 뭐했냐, 나도 못 알아보고.
웃기시네. 당신도 나 못 알아봤잖아, 왜 나때문이야.
너 일할때 나 봤지? 나 기억나?
아니, 외주업체 사람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기억하냐, 그리고 당신업체는 내 소관두 아니었다구..
근데 난 너 기억나. 본 적 있어.. 강과장 옆자리에 박주임.
거봐, 당신이 그때 나 안 잡은거네!
큭, 하고 웃으며 그때였으면 니가 날 만났겠냐? 더 좋은 놈이 많았을텐데.. 한다.
그건 모르는 일이야.
너랑 나랑 진작에 만나서 연애하고 사랑했다면, 우리 진짜 잘 지냈을거야. 그치?
응. 보란듯 연애하고 사랑하고..
나 그랬으면 니가 가자고하는 곳 어디든 다 데려다 같이 가고, 많이 데리고 다녔을껄.
눈물이 핑 돌았다.
애써 고개를 떨구며 삼겹살을 뒤적뒤적거리다 장아찌를 입에 넣는다.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 우물거리면서 말을 한다.
웃기시네, 집 앞에 살면서 나오라해도 잘 안나오면서..
야. 그래도 주말에 가고싶다는데 다 데리고 가고, 피곤하다하면서도 다 나오고 놀아주고.
응응
생각지도 못한 서프라이즈 선물도 해주고, 인형도 주고. 나 여자만나면서 인형 사준건 니가 첨이다?
응응
지금도 잘해주려고 나름 노력하지만, 예전에 만났으면.. 더 잘해줬을거야, 보란듯.
소주 3잔이 치사량인데, 울컥울컥거려 6잔을 마시고
또 깔깔깔거리며 하이톤이 된 목소리로 말하는 나를 데리고 당신은 온천으로 향했다.
언제고 내가, 여기 온천 되게 좋대~ 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나보다.
여기 좋다며?
친한 언니가 갔다왔는데 욕실에 욕조가~ 완전~ 미니멀한 목욕탕이래~ 대리석으로 막막.
알았다알았어, 정신 챙겨, 똑바로 걷고. 술 됐네.
아니거든. 말짱하거든.
가족탕 하나 주세요! 하고 들어간 501호 가족탕 온천.
어마어마한 욕실에 어마어마한 욕조.. 라기엔 정말 미니멀한 목욕탕.
머리에 수건을 올려매고 으어~좋다, 술이 오르네 올라~ 하며 원초적인 소리를 내니
당신은 웃으며 나를 안는다.
좋지?
당신이 묻는다.
응? 뭐가?
좋아?
응 좋아.
나는 알고있다.
언제가 되든, 이 사랑이 끝이 날 것이라는걸.
끝이 뻔한 결말이 언제고 우리 옆에 숨어있다는걸.
그 사실로 인해, 나는 많이 우울해하고, 또 많이 울었다는걸.
하지만 가끔 보여주는 당신의 마음에 또 행복해한다는걸.
죽을때까지 그냥 이렇게 내 옆에 있으라는 말은 못한다.
그건 너무 이기적이고, 당신을 더 힘들게 할 거란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당신을 빨리 놓아야하는데, 그것또한 못한다.
아직은 당신과 하고싶은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함께이고싶다.
당신과 함께라서
내겐 늘 행복하고 고마운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