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업무가 많아
열한시 반까지 회사에 남아있었다.
상태를 보니.. 내일까지 야근을 해야하는 상황.
연휴를 보내도 시간만 흐를 뿐
일이 줄지는 않으니까
4일 연휴중 3일은 식당알바가고
연휴 막날은 밀린 잠 보충하고
밀린 일 처리하러 느지막히 출근했다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쉬는 날 일이 되나?
딴짓만 열심히 하다 일은 하나도 못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늑장부린게 타격이 크지만
원래 공휴일인데
어차피 이럴 거였는데
부재중 전화가 두 통
머리가 아프다.
잠깐 같이 일했던 아는 여동생.
그리고 오랜 친구.
여동생은 글 좀 봐달라는 부탁했는데
시간도 시간이고
마감은 금요일까지라지만
내 일도 금요일까지라
내일도 야근, 어쩌면 밤샘근무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딱 잘라 거절 못하는 성미에
너무 미안해 하며 부탁하길래
일단 알겠다고
어쩌겠냐고
카톡으로 메일주소 보낼테니
일던 보내보라고
오랜친구는 이 늦은 시간에
자기와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울분을 털어놓는다.
몆번이나 화제를 돌려봐도
오늘 너무 늦게 마쳐서 피곤하다 해도
잘 해결될 거 같다고 눙을 쳐도
결국 그 망할녀석 이야기로 돌아가고
끊을 타이밍을 겨우 만들어도
다시 자기 푸념 늘어놓기 바쁘고
끊고보니 열두시 반이다.
자소서 받은 것 읽어보면서 먹으려고 굽던 고구마는
전화받느라 정신없는 통에 너무 구워버렸다.
한 시간을 남의 푸념으로 보내다보니
너무 지쳐버렸다.
그러고 보니 메일주소도 써야 하는데
부랴부라 카톡으로 메일주소 보냈지만
이미 여동생은 잠들었는지 묵묵부답.
전화해서 확인하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내일 보내달라고 말은 했지만
시간이 안 날텐데
이래저래 잡생각 하다보니 두시.
'오빠도 이제 결혼 준비 해야죠'
'참! 오빠도 이제 연애 해야하는데...'
'오빠도 진짜 좀 꾸미면 정말 괜찮은데, 우선 안경도 좀 바꾸고 머리도 좀 멋지게 바꿔봐요. 연해 해야죠. 결혼 안할거에요?'
이미 남의 여자인 니가
아직 내 마음을 흔들고 있는데
내가 무슨 연애를 하겠냐?
여러모로 힘든 날이다.
늘상 그렇듯. 항상 그랬듯,
언제나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