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바빴는데.. 오늘 진짜 오랜만에 심심하단 생각을했다.
그동안은 주말에 거의 오빠 만나고.. 오빠가 입원하고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병원에 갔으니..
오늘은.. 서둘러 갈 곳이 없으니..이상했다.
늦잠 푹 자고ㅡ 뒹굴거리다 오빠보러 갔다.
병원도 집도 아닌 추모공원으로..
새로 생긴 곳이라 깨끗하고 조용했다.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흰국화를 사기엔.. 아직은 용기가 안나 소국이라 그러나.. 조금 색이 나는 다발을 샀다.
오빤 아직 이름표도 없어서.. 왠지 실감나지 않고.. 그냥.. 누가 들을새라.. 혼잣말처럼 오빠한테 중얼거리고 왔다.
헌화 하는 곳에 편지 쓰는 곳이 있어 편지랑 같이 헌화하는데.. 오빠 이름이 적힌 다른 다발이 있었다. 왠지 고마움.. 누군가 왔다갔나보다..
집에 오는 길.. 이런저런 생각이 났다.
오빠랑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난 그때..10년간 일하던 회사에서 나오게되고..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했다.
나도 힘들었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오빠가 아프고부터 우린 많이 달라졌었다. 함께 지냈지만 내 머릿속은 늘 복잡했다. 사랑했지만.. 예전과 같이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가족들에게도 비밀이 생겼고.. 늘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함께라 행복하면서도 밀려오는 불안감들..
지금 생각하면.. 모두 내 욕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날 힘들게 한건 나였는지도.. 그렇지 않았다면.. 그시간만이라도 정말 행복하게 보냈을수도 있었는데..
이런저런 생각하면 할수록 힘들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단순하게 사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동안 잘 실천하고 있었는데.. 다시 단순모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