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向月
 생각의 변화 후.   지난 이야기
조회: 2923 , 2014-06-24 09:52
 마인드를 바꿨다.
 바꿀 수 없는 과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연연하며 후회하지 않는걸로.
 나는 현재를 살고,
 현재를 잘 버티고 잘 견뎌내서 미래를 바꾸겠다고.
 훗날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당신은 새 낚시대를 샀다고 했다.
 베이트릴에 적당한 낚시대.
 토요일, 흐린 날씨를 좋아하는 우리, 낚시하러 가자고 채비하고 나섰다.
 자주 가는 저수지 앞에서 루어를 묶고 흥얼흥얼 거리며 낚시대를 던지고 감고.
 입질도 없는데, 옆에 미리 왔던 팀에서는
 제법 큰 베스를 세마리나 연이어 잡는다.
 아, 자존심 상해~ 하며 당신은 다시 던지고 감고를 반복하다가
 어! 하며 낚아채는듯하더니 열심히 감는다.
 
 우와- 하며 나는 옆에서 신나게 웃고 떠든다.
 그 뒤로 당신 역시 더 큰 베스를 세마리나 더 낚아올린다.
 그 사이 보슬비가 두 번 더 내렸다. 
 
 
 

 나, 울산 가고싶은데.
 울산 어디?
 대왕암. 
 햇살이 들지 않는 구름 낀 날씨, 고속도로를 달려 경주휴게소에서 잠시 커피 한잔을 하고
 다시 울산으로 향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야.
 대왕암이?
 응. 여기가 제일 좋아, 당신도 보면 좋다구 할껄.
 
 생각보다 방어진 대왕암공원은 많이, 아주 많이 변했다.
 늘 올때마다 사람이 없었는데 바글바글, 유원지가 되어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게 놀이터도 있고,
 갖가지 상점과 커피집과 편의시설들.
 깔끔해보여 좋긴하더라만, 나는 예전의 대왕임이 더 좋았다며 투덜거린다.
 
 울기등대까지 숲길을 걷는다.
 하늘하늘거리는 치마를 입고 걷는데, 당신이 바람에 날리는 내 치마를 잡는다.
 날아가겠다.. 웃으며.
 
 대왕암까지 들어가서 바다를 바라보고, 좋지? 하는 내게
 당신은 좋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저 멀리 무엇인가를 바라본다.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
 연인들과, 혹은 가족들과 놀러온 사람, 사람들.
 해안산책로를 따라 한시간을 더 걷고 근처 횟집으로 들어간다.

 너 나 만나고 사람됐다, 회도 먹고.
 뭐래~ 왜 날 것을 먹어, 익혀먹어야지..
 난 날로 먹는게 좋아.
 서로 마주보며 킥킥킥, 웃고 회 한점과 소주 한잔씩 나눠마신다.
 
 다음 주말엔, 지난번에 만났던 아가씨랑 영화보기로 했어..
 나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두번은 만나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지... 괜찮아?
 괜찮냐고 왜 물어. 안 괜찮을 거 알면서. 근데 나는 괜찮다고 대답해야돼.
 ..결혼을, 한번 만나고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알았어, 그만 이야기해.
 
 왜 우리 둘이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시간이 자꾸 흐르는것도 난 마음이 급한데
 아까워죽겠는데, 당신은 자꾸 딴소리만 해?
 당신은 미안하다며 알았어, 그만이야기하자- 하며 화제를 돌린다.
 소주 3-4잔이 치사량인데 나는 한병가량을 다 마시고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결혼할때까지만. 결혼식할 때까지만 이잖아. 그럼 그때까진 나하고 행복해야지..
 좋은 것도 많이 보고, 놀러다니고 같이 웃고 행복해야지. 난 그렇게 맘 먹었다구..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깨보니 어느새 고속도로 IC이다. 
 
 나 얼마나 잔 거야?
 한시간 반쯤.. 다 왔어, 이제 고속도로에서 내릴거야. 
 당신 운전할땐 안 잤는데 오늘 첨으로 잤네, 미안..
 괜찮다, 피곤하면 자면 되지.
 


 당신은 당신의 집, 당신의 방 안에서
 나는 내 집, 내 방 안에서 서로를 생각하느라, 그 날밤을 꼬박 샜다.
 










 퇴근하고 술 한잔하자는데..
 일찍 올거면 가고, 아님 가지말지~ 라며 잔소리 하는 내게
 11시까지 들어올께! 과일빙수 먹으러 가자, 승아씨네에~
 진짜? 알았어. 11시까지 꼭 와야돼.
 
 나는 10시부터 승아네 카페로 가서 책을 읽는다.
 비가 내리고, 하나둘씩 손님이 빠져나가고
 승아와 알바하는 어린학생과 결혼한지 얼마 안된 새댁과 함께 수다를 떤다.
 서로의 남자친구 이야기, 남편의 이야기.
 
 ...
 첫눈에 반한다는게 가능해?
 왜 불가능해?
 말도 안돼.
 난 그사람, 처음 만났던 날, 그 눈에 빨려들어가는 줄 알았다니까?
 으.. 그 눈에?
 언니, 완전 상남자에 마초같은 스타일 좋아해요?
 상남자야? 마초? 
 아냐, 그래도 여린데도 있고, 애같아. 눈도 크고, 눈매도 매서운데, 그 눈빛이, 아직 잊을 수가 없어.
 왜 어땠는데?
 깜깜한 밤에, 까만 눈동자 속에 빨려들어갔다니까?

 와인을 홀짝이며 말하는 내게 다들 말도 안돼, 하는 시선이다.
 또 잘생겼잖아. 라고 한번 더 말하니 승아는 이제 더이상 못 듣겠다며 짜증나~ 한다.
 깔깔깔 웃으며 시계를 바라보는데 당신이 올 시간이 됐다.
 마침 전화가 울리고, 조금 취한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다 왔다고. 기다리라고.
 쪼르르 달려나가 당신과 함께 다시 카페로 들어섰다.
 당신을 처음보는 새댁과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당신, 오늘 청일점이야. 킥킥
 아 그래? 하며 당신은 우리들의 수다에 동참하고 잘 웃고 애교도 부린다.
 승아들 앞에서 내 칭찬을 하고 나는 그런 당신을 바라보고 웃는다.
 승아는 우리 둘이 많이 닮았다고, 너무 예뻐보인다고 말한다.
 우리 둘은 서로 바라보며 또 한번 웃는다.
 
 와. 나 한 몇년간 이렇게 웃은 적 없는 것 같아. 너무 좋아.
 
 제법 큰 와인 한병을 다 나눠마시고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새벽 한시다.
 내일 출근해야지..그만 가자.
 왜~ 우리 찐이 노래 얼마나 잘하는데, 노래방 갈까?
 진짜 갈까? 하며 다들 동참하는 분위기를 내가 깬다.
 안돼. 내일 출근해야지, 어제도 잠 못잤잖아, 피곤해서 안돼.
 남자친구를 저렇게 챙긴다며 승아가 눈을 흘긴다.

 야- 넌 카페, 내일 휴일이지만, 여긴 월급쟁이거든!
 그래 그럼 주말에 우리오빠도 불러서 같이 또 놀자, 너무 재밌다.
 
 당신은 끝까지 매너있게 내친구들을 챙기고 나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나 오늘 너무 좋다,기분이.
 좋아? 니가 좋으면 됐어.
 히힛, 자기 너무 예뻐, 으이구 우리 자기~ 이렇게 멋쟁이야.
 당신의 볼을 꼬집고 흔들며 나는 좋다고 막 웃는다.
 들어가서 대충이라도 씻고 불끄고 자~ 알았지?
 응, 너두 어서 들어가서 자.



 나는 새벽녁, 잠이 오지않아 당신에게 메세지를 남긴다.
 
 당신이 좋아요, 처음 만났을때부터.항상.
 매일매일 사랑한다 고백하고, 매일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할래요. 
 


 


 아침에 일어난 당신은 시동을 걸며 내게 묻는다.
 

 - 잘 잤어? ^^







프러시안블루   14.06.24

ISKRA
불꽃.
향월이나 월향보다 어울리는 닉넴입니다.ㅎ

向月   14.06.25

갑자기 볼셰비키혁명때ㅋㅋ 러시아 이스크라가 나와서, 뭐지,했어요^^..
활활 타오르기보단.. 좀 은은한불꽃이면 좋겠는데,, 성격이 안되죠? ㅎ

프러시안블루   14.06.25

재지않고 불꽃처럼 자신을 연소시키는 분이란 의미였어요.
순정하고 지독한 사랑이네요

向月   14.06.25

항상, 감사드리는거... 아시죠? ^^..
얼굴한번 뵙지못했지만, 얼굴 마주보는 사람들보다 더 정이 가고, 감사하고 그래요..

HR-career   14.06.25

저한테 "아남카라"라는 이름을 지어준 9살 어린 여자친구가 있었죠. 영화 500일의 섬머의 주인공 섬머와 비슷한 제멋대로인 아이였고, 난 남자주인공과 비슷한 사람이었어요. 섬머가 제멋대로 가버린후 "가을"이 왔죠. 영화 한번 보세요. 지금 남자분이 섬머와 비슷한 것 같아서.. 생각나서 글 드려봤어요.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