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상상했던 주인공들과는 다소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한 영화.
이민기는 몹시 좋아하지만. 내가 생각한 승민은 이민기가 아니었..
좀- 다부진, 부리부리하지만 시원시원하게 생긴 그런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뭐, 어쨌든.
여진구, 화이-에서 봤던 소년이 아니었...
뭐 내용은 다 알고 갔던 영화.
당신은 나때문에 붙잡혀 보게 된 영화.
중간중간 웃으며, 또- 인제 자작나무숲에서 찍은 영상미를 보며 감탄했던.
조용히 당신에게, 나도 저기 가고싶어.. 라고 했더니
어디, 정신병원? 이라고 살풋 웃고.
역시 영화보다는 소설.
영화에서 그 2시간 러닝타임동안 보여주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더 있는데
제한된 시간이 너무 아쉬운.
그리고, 차라리 여진구가 좀 더 키가 컸더라면 승민 역을 했음 어땠을까...
그리고 이민기가 수명 역을..... 풉
원작이 소설이었던 만큼, 내레이션도 많고.
보트 씬은 괜찮았다. 영화 중 제일 통쾌했던 씬.
그리고 승민이 '미스 리, 오빠왔다.' 하던 말투가 딱 내가 상상했던 말투였던 것.
이제 그냥 7년의 밤을 기다려야겠다.
연출감독이... 광해의 추창민 감독이라는데..............
당신과 세차를 하고 쫑알쫑알 하면서 영화관에 들어섰다.
30분정도 시간이 남았고, 오징어를 뜯으며 앉아서 수다를 떨고,
오징어때문에 맥주 마시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보고, 패러글라이딩 이야기를 하고, 그 전에 번지점프를 해야된다고 말하는 당신.
난 고소공포증때문에 안돼~ 무서워, 하니 그러면서 패러글라이딩 하고 싶다고? 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거랑, 하늘을 나는거랑 좀 다르지 않을까? 하니,
그거나 그거나.
에이, 그래도 뛰어내려 죽는다 생각하고 뛰면 되겠지.
저녁을 먹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집으로 돌아와 티비를 본다.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면서 혼자 킬킬킬 거리는 사이,
며칠 회식때문에 늦게 들어온 탓인지 옆에서 코 골며 자는 당신.
코 고는 소리에 혼자 놀래서 응? 하고 깨기까지 한다. 바보.
티비 속에서 떡볶이 먹는 장면들이 몇번 나오자, 저녁에 떡볶이 먹을까...
그래그래! 해서 자주가는 대학로 분식집으로 향한다.
떡볶이에 순대, 오뎅까지 배불리먹고- 지나가는 대학생들을 본다.
역시 젊다는게 좋은거라며.
꿈을 꿨다.
내가 사는 4층 우편함을 열고 편지를 꺼내고 엘리베이터로 다가가는데
까만 우의를, 좀 젖은듯한, 입고 어떤 남자가 - 낯선- 계단 위를
턱턱턱 소리를 내며 올라간다.
속으로 누구지? 하고 생각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1층이라는 표시와 함께 문이 열렸는데..
3면이 거울로 된 엘리베이터 공간 안이 온통 빨갛게 피로 물들여있고,
나무 꼬챙이에 끼워진 사람 발- 발목부터 발가락까지-이 정면 거울 앞에 놓여져있다.
진동하는 피비린내와 그 광경에 나는 소리도 못 지르고 뒷걸음질 치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112 신고를 횡설수설 늘여놓는다.
여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요.. 사람 발이.. 잘린 발목이.. 피가...
목격한 것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머리 속에 어느 뉴스기사가 스친다.
며칠 전 발목이 잘린 사람 시체 하나가 발견되었다는 것.
아파트 입구에 경찰차를 기다리며, 쪼그리고 앉아
낯선 까만우의를 입은 사람이 누구지,
그 사람이 나를 봤다면, 사이코패스라면?
나는 내 집 4층 우편함을 열었는데, 그것을 봤더라면?
그러다 꿈에서 깼고 시계를 보니 3시 48분.
그 뒤로 못 잠.......
너무 생생해서 ㅠㅠ..
당분간, 엘리베이터는 타지 말고 걸어다녀야겠다, 라고 잠시 생각해본다.
당신한테 아침부터 꿈 이야기를 하니 개꿈이라며 마구 웃는다.
범죄스릴러 영화 본 것도 없는데... 뭐지. -_ -..
아무튼,
이제 2월의 시작.
다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