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샌 안드레아스 영화를 봤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영화랄까..
예매했다는 내 말에, 거기 나오면 여자애가 예쁘다던데! 하며 웃길래
그래도 내가 제일 이쁠껄? 하고 같이 웃어줬다. 흥.
드웨인 존슨 아저씨는 여전한 근육질을 자랑하며,
무적의 아빠로 나오는데
난 그 와이프 엠마가 더 멋지고 강한 여자로 보였다.
가족의 사랑, 이라는 주제로- 재앙 앞에서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마지막,
[도시를 재건해야지] 하는 대사를 뒤로 성조기가 휘날리는데...
음, 그럼 그렇지, 미국영화란.... 쩝, 하며
당신과 남은 팝콘을 씹는다.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며 장례식에 가봐야한다고.
밤새고 올 지 모르겠다고, 까만 정장을 차려입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그 뒤로 왠지 모를 불안감.
아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아니라
내가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때문에
가만히 가라앉아있던 나의 마음이 다시 찰랑대기 시작했다.
장례식장 간 당신을 뒤로하고,
나는 가만히 있으면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버릴까봐 사람들을 모았다.
몇몇 친구들과 근처 삼겹살집에서
고기를 굽고 떠들며 소주 한잔도 마시면서 야경을 보고 수다를 떨고
그러다 집에 들어와 누웠다.
불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서, 내가 쓴 일기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가
또 울었다가 또 잠들었다가 깼다가 반복하는 새벽을 보냈다.
4시에 또 깨어나 핸드폰을 봤는데
잘 자고 있냐는 당신의 말.
밤하늘 위로 별이 많다는 당신의 말.
해가 뜰때까지 뒤척이다가 겨우겨우 1시간을 더 자고 일어났다.
6시에 발인하고 이제 사우나 갔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고.
잘 잤느냐는 당신의 말.
다와가면 연락할테니 잠깐 내려오라는 당신의 말.
태어나 처음으로 눈썹을 휘날리며?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후다다닥 뛰어나갔다.
러닝팬츠 차림으로 나간다는 것도 잊고.
렉돌이에서 내리는 당신은 날 보자마자, 누가 그렇게 입고 다니래. 한다.
아. 정신없이 나와서..
잘 잤어? 하고 당신이 웃는다.
밤샌 탓인지 사우나를 하고나왔다는데도 피곤한 모습이다.
턱에 수염이 까칠하게 자라있다.
집까지 함께 걷는다.
오늘은 연차쓴거라고 상사한테 이야기 해놨다고.
들어가서 자야겠다고.
그러면서 내 볼을 만지고 엉덩이를 툭 친다.
자꾸 이렇게 입고 다니면 혼난다.며.
그제야 다시 내 마음이 잠잠해졌다.
그래.
몇번을 이야기해도, 몇번을 다잡아도 변함없다.
언젠가 함께 라디오를 듣다가,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는 매력-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신은 나 어디에 반했어? 라고 물으며 예뻐서? 하고 히히 웃으니
아니 못난이라서. 하고 따라 웃는다.
그럴리가~ 예쁘니까 반했겠지, 그치?
아니거든.
그럼 어디에 반했는데?
이야기가 잘 통해서. 그래서 만났지. 그러다보니 예뻐보이고 좋고 또 착하고.
히, 나 같은 여자가 없지?
그래 없으니까 하나밖에 없는 널 만나지.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
그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벌써 우리가 함께 지내온 시간이 2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