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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불안한 밤이었다.   지난 이야기
조회: 2395 , 2015-06-08 09:35
 함께 샌 안드레아스 영화를 봤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영화랄까..
 
 예매했다는 내 말에, 거기 나오면 여자애가 예쁘다던데! 하며 웃길래
 그래도 내가 제일 이쁠껄? 하고 같이 웃어줬다. 흥.
 드웨인 존슨 아저씨는 여전한 근육질을 자랑하며,
 무적의 아빠로 나오는데
 난 그 와이프 엠마가 더 멋지고 강한 여자로 보였다.
 
 가족의 사랑, 이라는 주제로- 재앙 앞에서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마지막,
 [도시를 재건해야지] 하는 대사를 뒤로 성조기가 휘날리는데...
 음, 그럼 그렇지, 미국영화란.... 쩝, 하며
 당신과 남은 팝콘을 씹는다.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며 장례식에 가봐야한다고.
 밤새고 올 지 모르겠다고, 까만 정장을 차려입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그 뒤로 왠지 모를 불안감.

 아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아니라
 내가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때문에
 가만히 가라앉아있던 나의 마음이 다시 찰랑대기 시작했다.
 
 
 

 장례식장 간 당신을 뒤로하고,
 나는 가만히 있으면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버릴까봐 사람들을 모았다.
 몇몇 친구들과 근처 삼겹살집에서
 고기를 굽고 떠들며 소주 한잔도 마시면서 야경을 보고 수다를 떨고
 그러다 집에 들어와 누웠다.
 
 불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서, 내가 쓴 일기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가
 또 울었다가 또 잠들었다가 깼다가 반복하는 새벽을 보냈다.
 
 4시에 또 깨어나 핸드폰을 봤는데
 잘 자고 있냐는 당신의 말.
 밤하늘 위로 별이 많다는 당신의 말. 
 
 해가 뜰때까지 뒤척이다가 겨우겨우 1시간을 더 자고 일어났다.
 6시에 발인하고 이제 사우나 갔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고.
 잘 잤느냐는 당신의 말.
 다와가면 연락할테니 잠깐 내려오라는 당신의 말.

 태어나 처음으로 눈썹을 휘날리며?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후다다닥 뛰어나갔다.
 러닝팬츠 차림으로 나간다는 것도 잊고.
 렉돌이에서 내리는 당신은 날 보자마자, 누가 그렇게 입고 다니래. 한다.
 아. 정신없이 나와서..
 잘 잤어? 하고 당신이 웃는다.

 밤샌 탓인지 사우나를 하고나왔다는데도 피곤한 모습이다.
 턱에 수염이 까칠하게 자라있다.
 집까지 함께 걷는다.
 
 오늘은 연차쓴거라고 상사한테 이야기 해놨다고.
 들어가서 자야겠다고. 
 그러면서 내 볼을 만지고 엉덩이를 툭 친다.
 자꾸 이렇게 입고 다니면 혼난다.며.
 
 
 그제야 다시 내 마음이 잠잠해졌다.
 그래.
 몇번을 이야기해도, 몇번을 다잡아도 변함없다.
 
  
 언젠가 함께 라디오를 듣다가,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는 매력-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신은 나 어디에 반했어? 라고 물으며 예뻐서? 하고 히히 웃으니
 아니 못난이라서. 하고 따라 웃는다.
 그럴리가~ 예쁘니까 반했겠지, 그치? 
 아니거든. 
 그럼 어디에 반했는데?
 이야기가 잘 통해서. 그래서 만났지. 그러다보니 예뻐보이고 좋고 또 착하고.
 히, 나 같은 여자가 없지? 
 그래 없으니까 하나밖에 없는 널 만나지.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

 그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벌써 우리가 함께 지내온 시간이 2년이 지났다.



 


 

무아덕회   15.06.08

아프지 않고, 불안하지 않은 인생이란 없죠..? 그럴수록 이해하고, 사랑하고...그렇게 '지금'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는거 같아요. 안그럼, '유죄'라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