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분명 생리할 날이 다가오는 것임이 틀림 없다.
3일 날에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생일 전 날인데다가
친한 친구라서
둘이서 보내고 싶었는데
전에 같이 일했던 적이 있는 남자가
같이 만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저녁을 같이 먹으면 어떻겠냐고.
나는 안 그래도 학원 때문에
밥만 먹고 가야 하는데,
왜 굳이 거기에 나오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2개월 정도 같이 일하기는 했었는데,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고
나는 그만둔 지 반 년이 넘어가는데
그동안 한 번도 연락한 적도 없다.
그냥 그 때 잠깐 일했던 게 다였는데
나와 그 친구와 약속 자리에 나온다고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싫다고 하자니,
이 약속이 깨지면 내가 싫다고 한 게 뻔한 것이므로,
부담이 되어서 그냥 알겠다고 했다.
뭐,
밥 먹는 건데,
하면서 상관 없다고 했는데
생각할 수록 얄밉고 짜증이 치민다.
그걸 또 나한테 굳이 물어본 친구도 밉다.
그냥 알아서 적당히 자르지-
셋이 약속을 새로 잡는 것도 아니고
이미 둘이 만나기로 한 자린데,
그걸 나한테 물어보고 알려준다고 하면
내가 편하게 답을 할 수가 있겠나?
셋이 같이 아는 사인데?
.
.
뭐 먼저 물어본 게 그 쪽일 것이므로
언니가 잘못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으으-
기분 좋게 영화보고 밥 먹으려고 했는데
별로 기대가 안 되게 돼버렸다.
그냥 영화나 보고 밥이나 먹고 와야지.
표정 관리가 안 될까봐 걱정이다.
그리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저번에 같이 일 할 때 딱 한 번 셋이 만난 적이 있긴 했다.
술도 마시고-
내가 그만 둔 다음에도,
자기 여행갔다왔다고 기념품을 사다줘서
친구를 통해서 전달 받기도 했다.
참 고마웠는데.
귀여운 고양이 피규어였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짜증이 나지?
.
.
생각을 해보니!
그 분이 나오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나는 친구와의 데이트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너무 가볍게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서
섭섭했던 거고.
근데 차마 그걸 얘기 하자니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그냥 셋이 만나는 걸 괜찮다고 한 거고.
내가 기대 했던 친구와의 시간이 깨져서 화가 나는 것 같다.
하지만 친구와는 계속 만날 수 있지만
그 분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따로 연락을 하지도 않고-
뭐 특별히 친한 사이도 아니고.
이번에 보면 또 언제 볼 지 모르고.
이 친구는 이미 많이 봤고,
앞으로도 쭉 볼 거니까.
잘 하면 몽골이나 동남아로 같이 여행을 갈 수도 있고.
(터키 여행도 이미 같이 갔다온 친구다)
그냥 생일 전 날이라서 조금 특별했던 것 같다.
사실 요즘에 '생일'에 조금 의미 부여가 되었다.
그 전에는 사실 누가 생일 챙겨준 적도 별로 없고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 생일을 잘 안 챙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7월에 나한테 소중한 사람 세 명의 생일이 몰려 있어서,
정성껏 선물을 준비했다.
이 친구에는 좋아하는 인형을,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남자친구랑 오래 가라고 커플 피규어를
룸메 언니에게는 남자친구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끼우라고 액자를.
뭔가 생일이 더 의미 있는 날이 되자,
내 생일도 특별하게 보내고픈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생일 전 날에는 이 친구와 영화를 보고
생일 날에는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이 놀기로 했었는데,
그래서 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허탈하고 그랬던 것 같다.
.
.
으,
그래도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 잘 하고 와야지.
사실 한 가지 더,
왠지 그냥 그 분이 친구를 만나고 싶은데 둘이 만나는 건 어색하니까
나를 끼워서 만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같이 일 하지도 않고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나랑 같이 만나고 싶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예전에 관뒀고,
같이 일한 것도 두 달 정도밖에 안 되고.
근데 반 년이 넘게 지나서
굳이 같이 보자고 하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a랑 잘해보고 싶은데
둘이는 부담스러워할 것 같으니까
하나를 끼고 같이 만나면 자연스럽겠지?)
라는 계획이 들리는 것 같아서
짜증났던 것이다.
그 분이 이 친구를 되게 좋게 보는 걸 나도 느끼고 있었으니까.
(셋이 만나는 거 좋은데.
오랜만에 같이 만나요!)
라고 단순히 생각했을 수도 있는 건데
내가 지금 너무 꼬여 있는 것 같다.
a라는 친구에 대한 열등감일 수도 있고
단순히 기대했던 시간이 깨졌다는 칭얼거림일 수도 있고
더위와 호르몬 분비의 영향으로 예민해진 걸 수도 있다.
그래도 글로 막 쓰니까 좀 속이 후련하다.
다른 친구한테 얘기해봤지만
같이 아는 사이도 아니고 해서 속이 별로 안 시원했는데.
역시 울다 펜시브에 털어버리는 게 짱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