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저작권 협회에서 일을 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급하게 구한 일이고,
그렇게 특별히 의미 있는 일은 아니었다.
교과서에 실린 글, 악보, 사진 등의 목록과 저작권자를
출판사에서 정리해서 보낸다.
그러면 저작권 협회에서 저작권료를 산정해서 다시 출판사로 보내고
출판사는 협회로 저작권료를 보낸다.
협회는 저작권자에게 이 사용료를 배당한다.
내가 하는 일은,
출판사가 보낸 이용 내역 목록을 검토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가장 많이 한 일은
교과서와 목록을 대조하면서,
저작권자와 출처를 찾는 일이었다.
가령 교과서에 뽀로로 사진이 실렸다.
그런데 출처를 무슨 그 사진이 있었던 블로그 주인으로 적어서 보내주는데
뽀로로의 저작권자는 제작 회사이다.
그러면 나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뽀로로를 만든 회사의 명칭을 찾아서
엑셀에 집어 넣는다.
대충 이런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일은,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물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 상,
저작권은 작자의 사후 70년간 존속한다.
즉, 그 저작물을 만든 사람이 죽은 지 70년이 지났다면
저작권은 없으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문 교과서에 김홍도의 미인도를 실었다면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
미술 책에 칸딘스키의 그림이 실었어도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
두 작가 모두 죽은 지 70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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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일 중 하나는,
인터넷에 작가를 검색해서
그 작가가 죽은 년도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프로필 사진 속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진 옆에 써 있는 숫자.
1879.3 - 1970.1
사진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간명한 표현이다.
그리고 나는 묘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작품은 아직도 살아남아 돌아다니는데
작가는 죽었다.
사람들 입에 수도 없이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이 사람은 죽었다.
나도 언젠가,
1992.8 이라는 출생년도 옆에,
사망년도가 찍히는 날이 오겠지.
죽음이란 생각보다 먼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던
한 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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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우리 학교의 큰 별 중 하나이신 교수님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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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태어나고
죽는다.
영원히 산다는 생각은 말아야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가꿔야겠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나중은 없다.
나는 곧 죽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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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할까 말까 했던 사람에게 연락해야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친해져야지.
미웠던 사람을 용서해야지.
사랑하고 싶었던 사람을 사랑해야지.
옳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야지.
아프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잘 해줘야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야지.
나중에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지금 해야지.
1. 어학원 선생님과 친해지기.
2. 내일 엄마, 동생에게 전화하기.
3. 다음 주에 할머니한테 사과하기.
4. 룸메 언니한테 냉장고 내가 고친다고 얘기하기. 쌀 사기.
5. 북한, 통일과 관련된 활동 찾아 하기.
- 서울 시립미술관 above the line(북한 프로젝트) 전시 보러가기.
- 다음 학기에 분단, 통일, 남북한 문제와 관련된 수업 듣기
- 참여할 수 있는 활동, 단체 알아보기.
6. 총학생회에 보건실에 있는 자동심장충격기 꺼내달라고 요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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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묵혀뒀던 문장을 다시 꺼내본다.
'다시 살아도 오늘처럼'
잠자리에 누워
오늘을 다시 한 번 살 기회가 주어진대도
오늘 처럼 살았을까?
라는 질문을 했을 때,
몇 번을 다시 살아도
오늘처럼 살았을 거야,
라고 대답할 수 있는 하루를 살기 위해 노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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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일요일,
내가 오늘 하루를 다시 산다면?
좀 더 일찍 친구에게 연락을 했을 듯?
'내가 먼저 연락 안 할거야'라고 생각하다가
밤 즈음에 톡을 보냈다.
내일과 모레 각각 만나기로 한 친구.
조금 유치하잖아:)
지금 생각나는 오빠에게 카톡을 했을 듯?
지금이라도 할 수는 있는데-
왜 안 할까나.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난 그냥 톡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왠지 마음이 가는 건데,
여자 친구가 있으니까.
핑계일까요?
그 외엔 없다.
실컷 자다 일어나서 아침 먹고,
컴퓨터 하다 룸메 언니 공연하는 데 가서 공연 보고,
같은 동네 사는 언니네 집에 가서 놀다가
집에 왔다.
얼른 가고 싶어서 돌리던 빨래도 꺼놓고 가서
아침에 다시 돌려야하는 성가심을 만들긴 했지만
그건 뭐 좋아서 그런 거니
또 살아도 똑같이 할 것 같다.
허쉬 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편의점 세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그것도 나름 좋았다.
왜냐면 나는 내일부터 허리둘레를 줄일 거라서
밀가루를 안 먹을 거니까!
허리 둘레와 안쪽 허벅지 둘레를 줄여보려 한다.
이제 스물 네살인데,
아마 스물 다섯 꺾이고 나면 체력이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미리미리 운동해서 근력과 체력을 키워놓아야지.
아!!!!!
한 가지 후회되는 점.
모바일 티머니로 후불형 교통카드를 사용하는데
습관적으로 버스를 타고 나서 NFC를 껐다.
내릴 때 찍으려니까 안 찍혀서 보니
NFC가 꺼져 있길래
잠금 해제를 하려고 했는데
핸드폰 터치가 갑자기 안 먹혔다.
결국 NFC를 켜지 못해서
핸드폰을 못 찍고 내렸다.
다음에 탈 때 추가요금이 붙겠지?
오늘을 다시 산다면
마을 버스를 탔을 때 NFC를 끄지 않을 것이다.
뭐든지 거슬리면 끄든가 버려버리는 습관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내리고 나서 꺼야지!
이젠 정말 없다:-)
나름 괜찮았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