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63 , 2015-09-19 19:40 |
그 시절에는 연습장 표지에도 <남남> 이라는 시가 실려있곤 했다.
80년대가 '시의 시대'라고 불리었던 것은 사실 다른 이유이지만
어쨌던 그 때는 시가 지금보다는 생활과 많이 가까웠던것 같다.
그 시절, 러브레터에 조병화의 <남남>과 김초혜의 <사랑굿>까지 동원하였으나
나는 결국 적적한 그녀의 산지기가 되지 못했고
불에 달군 돌은 세월에 식고 말았다.
그러나, 시의 한 구절은 여전히 아음속에 남아있구나 .....................
남남 27
- 조병화 -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였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였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에로
샘에서 샘에로
덤블에서 덤불로
숲에서 숲에로
골짜기에서 골짜기에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 익숙턴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사랑굿 91
- 김초혜 -
불에 달군
돌을 쥐어주고
데지 말라는
그대
뜻대로 생긴
마음이기에
잊으려
외로이 타도
그대 마음
비출 길 없어
헛된 생각 안고
꿈길로 드니
비워두면
맑은 모습으로
그때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