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복을 고르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두 번을 입어볼 수 있는데
저고리와 치마가 색깔과 모양 모두 정말 다양해서
고르기가 어려웠다.
한복 자체도 예뻤으면 좋겠고
나와도 잘 어울렸으면 좋겠어서
신중에 신중을 더해서 골랐다.
마음에 드는 한 벌을 골라놓고
남은 한 번의 기회로 다른 옷을 입어보는 사이
내가 처음에 입었던 저고리를 다른 사람이 가져가버렸다.
그 사람이 그걸 입겠다고 결정한 바람에
나는 다시 골라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저고리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너무 아쉬웠다.
그 뒤로 색깔이 최대한 비슷한 저고리를 찾아 입었는데
자꾸만 그 사람에게로 눈길이 갔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한복이 딱 내가 입고 싶었던 거여서-
그리고 내가 고른 한복은
예쁘긴 했지만 마음에 쏙 들지가 않았다.
준비하는 내내 자꾸 그 사람만 쳐다봤던 것 같다.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 한복을 입으면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을텐데-
하던 찰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 안에 있어서
자꾸 다른 한복들이랑 비교하게 돼서
내가 입은 게 자꾸 뭔가 부족해 보이는 거라고.
그냥 별 생각하지 말고 이따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다보면
분명 내 한복이 예뻐보일 거라고.
.
.
그렇게 단장을 마치고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점점 내 한복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색깔이 정말 예뻐서
계속 거울을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아까 안에서 봤던 한복이 별로인 것 같았다.
색깔도 한복치곤 탁하고,
소매에 꽃무늬가 있는데
완전히 현대식도 아니고 전통도 아닌 것이
애매한 저고리였다.
좀 촌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입은 한복은 색깔도 완전 은은하고
날씨랑도 잘 어울리고.
.
.
비교하기 시작하면
절대로 그 옷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또 한 번 느껴졌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나만 놓고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계속 비교하다보면
절대로 예쁘게, 아름답게 느껴질 수가 없다.
세상에 나보다 예쁜 사람은 당연히 많게 마련인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못 생겼다는 뜻은 아니니까.
하지만 비교하다보면 그걸 알기 어려워진다.
나 스스로에 집중하기.
나라는 사람과 타인
나의 외모와 다른 사람의 외모
나의 인생과 타인의 인생을
비교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기.
비교했을 때 아름다워보이지 않더라도
나만 놓고 봤을 때
분명 그 아름다움이 드러날 것이다.
마치 옆에 무슨 색이 있느냐에 따라 그 색깔이 달라져보이는 것처럼.
.
.
나의 원래 색깔을 기억하기.
나보다 밝은 색 옆에 가면 내가 어두워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보다 어두운 색 옆에 가면 내가 밝아보이겠지.
중요한 건
그래 '보인다'는 것이다.
나보다 밝은 사람 옆에 가 있다고 해서
내가 본래 갖고 있던 빛을 잃은 게 아니고
나보다 어두운 사람 옆에 섰다고 해서
더 빛나게 된 것은 아니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빛은 고유한 것.
그러므로 어디에 있든 나를 기억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