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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85 , 2015-10-04 22:29 |
+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고요함.
부모님은 청도에 감을 따러 가셨다. 온전히 이 집안의 공기가 나만의 것이라는 게 좋았다.
요즘 나는 독립이 하고 싶다.
+ 가을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도서관에 다녀왔다.
독립연습(서른이 넘으면 자기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이라는 황상민 교수님의 책을 빌렸다.
'마음의 어른이 되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라는 프롤로그가 마음에 들었다.
15일이라는 시간동안 부지런히 읽어 마음을 독립시켜봐야지
+ 무거운 마음과 가방으로 성모당을 향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톨릭 성인의 성체를 모신 곳이 있다.
어스름이 내리는 공기가 깔린 대지에 너른 풀밭이 펼쳐졌고 성스럽게 켜진 초들이 가을밤공기를 따라 흔들거렸으며 그 가운데 개선문 모양의 네모난 벽돌 건물. 아치형으로 파인 작은 동굴에 성모와 성체가 모셔져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매우 조용히 성모당을 향해 기도를 하고 있어 나도 가만히 숨죽이고 한동안 성모당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잠시 머무르다 돌아서는데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았고 뭔가 내 안의 불순한 것들과 부정스러운 생각들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부정한 것들이 사하여 지는 아주 이상한 기분. 신비로웠다.
나는 또 소중한 시간동안 바르지 않은 내 선택을 후회하며 과거에 매여있었구나 나를 힘들게 했구나 벗어버리자. 조금 더 기운을 내어 가방은 무거웠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전남친과의 일로 자신감이 줄어든데다 즐거움을 잃었고 잘 지낸단 재호의 글을 읽고 이 아이는 현재를 정말 힘차게 살아가는데 비해 나는 지금 목표도 잃고 해야할 것들을 미루고 나이만 먹으며 살아지는 것 같아 울적했다.
결혼하지 않은 30대의 나는 20대처럼 열심히 살아가지 않지만, 현재를 즐기는데 그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나이와 미래때문에 불안해했다.
나를 둘러싼 이런 안타까움을 성모당에서의 성스러운 기운으로 모두 녹인 채 원래의 나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무엇이 되어 있고 지금을 누릴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마치지 않은 공부, 직업적 목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 축 쳐져 있지 말고 오늘 하루도 전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성모당에 다녀오면서 느꼈던 소중한 이 기분을 계속계속 간직하고 싶어 일기를 쓴다.
마치 앞으로의 나를 축복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고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