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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아빠   일기
촉촉해 조회: 2514 , 2015-11-08 15:12
수요일에 엄만 관절염 수술을 하신다. 두 다리 중 먼저 한쪽만. 엄마는 수술에 대해 많이 걱정하신다. 그동안 고대 하던 수술을 하게 됐는데 왜 그렇게 많이 걱정하실까.

오랜만에 조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예전엔 조카들과 너무 어려서 대화가 어려웠는데, 이제 초3, 6살로 말이 통한다. 길에서 교회에 갔다오는 6살 조카를 만났다. 조카에게 뭐가 먹고 싶냐고 고모가 사준다고 하니  처음엔 없다고 하다가 치킨집 앞을 지나니 치킨이 먹고 싶단다.  치킨을 사서 동생네 집으로 오는 동안 조카와 재밌는 얘기를 도라도란 나누었다. 치킨을 사고 남은 잔돈 1500 원은 조카 주머니에 살짝 넣어 주었다. 나에게 2만원만 받은  초3조카는 모르는 돈이다. 

아빠는 엄마 수술하는 동안 내가 아니 우리 가족이 모시기로 했다. 아빤 치매로 말씀도 못 하신다.  오른손은  항상 총을 쏘듯 검지와 엄지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잘 걸어다니시고 잘 드시고 공간지각력은 잘 살아있어서 외출 후 집으로 잘 돌아 오신다. 그것만으로도 난 항상 감사드린다.  

그동안 엄마가 아빠를 잘 씻겨 드리고 잘 드시게 해 드렸으니 이젠 그 바통 내가 쥐었다. 내가 엄마처럼 잘 해 드릴 순 없지만 나 나름대로 잘 해드릴련다. 내가 일하는 동안 아빤 어떻게 지내게 해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지만 어떻게든 해보자. 

지금은 아빠랑 KTX를 타고 동생네 영등포에서  목포로 가고 있다. 요즘은 단풍이 어느 곳에서든 다 멋있다. 그래서 기차안에서 단풍구경도 할 겸 춥지 않은 한 낮에 탈 수 있는 기차표를 예약했었다.

어쩌면 저렇게 멋있을까. 단풍놀이를 하러 산에 가는 것도 참 좋겠지만 빠르게 달리는 KTX창 밖으로 보는 풍경도 그에 못지 않다. 은은한 주황색, 카멜색,갈색, 노란색, 초록색이 작은 블록으로 조립한듯 아니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린 듯 따로 혹은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흐린 가을을 만들어 낸다.  언덕과 산 그리고 강과 호수. 내가 딱 좋아하는 카키톤의 명작이다. 

질주[疾走]   15.11.09

Jo님 어떤댓글을 달아드릴까. 엄청엄청고민하고쓰고지우다가... 그냥 힘내라는 화이팅하시라는 댓글만 적고가겠습니다. 긴~~~장문의 댓글을 썼다가. 이거 오지랖이다 싶어서 다 지웠어요..ㅎㅎㅋ 조님은 가슴따뜻한분이시군요.

Jo   15.12.18

질주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죠^^

anonymous3713   15.12.21

마지막 문단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걸 누리러 간 건 아닌데, 일상 속에서 혹은 다른 목적 때문에 이동하는 중 눈에 들어오는 세상모습이 마침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라면.. 기분이 묘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