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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투명 일기글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도 헤아릴수 있기를  
조회: 413 , 2017-06-21 23:45

5시부터 10시까지 나는 알바를 한다.


근데 사람들은 와야할 시간에 오질 않고 8시 반부터 어기적어기적 기어와서


10시 5분전까지 눈치없이 앉아서 죽을친다.


어떨때는 10시 30분까지 늦장을 부리다가 내가 다가갈때 불쌍한 눈빛으로 몰랐다며


11시까지 있으면 안되냐고 술기운을 빌어 당당하게 묻기도 한다.


얄미운 것들.


나는 웃고있지만.


내 마음은 똥씹은 마냥 썩소를 짓고 있지.



추적추적 비가 오던 그날도 그랬다.


중년의 짧게 커트친 보이쉬한 여자와 시커멓고 덩치가 좀 있던 그 남자가 들어왔다.


문 닫기 20분전이었지. 아마도.


사람들을 많이 받다 보면 마음이 무덤덤해지는데


그런 경우 아는 손님이라서

1. 에이 안됐다...닫을때 다됐는데


몰르는 경우

2. 아... 진짜... 오늘도 늦게 가겠네?ㅠ

  


나는 그 남자를 기억한다.


그 남자는 그 전날에도 그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와 딸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왔다.


뜨거운 뚝배기를 건넬때


그 남자는 내 손에서 뚝배기를 건네받아 부인에게 건냈다.


뚝배기를 건넬때 그 남자와 몇마디 주고 받은 기억은 나지만


정확히 어떤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뚝배기를 건네받고 ..뭐 대충 작은 감사의 인사를 건낸것 같았는데.


그의 몇 마디 말이  내 마음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의 손짓 하나와 오고간 말속의 몇마디속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 날 많은 군중속 유일하게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다.


그 사람은.




그 가........


그랬던 그가 문 닫기 20분을 남겨두고 들어온것이다.


아.......5분 전까지 그는 국포장을 시키네.


어제의 감동이 가시고 무덤덤하게


국밥포장이요하고 주문을 하는데..


먼저 퇴근하는 직원과 그 손님이 몇마디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부산에서 온 손님이었고,


다시 이 야시각에 부산으로 떠나야 한다고.

(내가 사는 곳과 부산은 멀다)


무덤덤하게 생각했던 내가.


약간은 미안해지던 찰나였다.



이 시간 저 사람이 어디가서 따뜻한 밥을 먹을수 있을까...


작지만 별것 아니지만 이 작은 뚝배기의 밥이


먼 길 떠나는 그의 배를 몇 시간을 든든하게 지켜 준다고 생각하니



누군가에게는 별것이 아닌 그 작은 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소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그것은 인간의 한계다.


아니. 아직 자라지 못한 내 한계다.


보이는 것 너머의 다른 것이 있을수 있다는거.


그것까지 헤아릴수 있는 내가 되기를.


그래서 오늘을 잊지 않고


내가 주는 모든 행위에 축복을 담아 상대에게 전할수 있기를

프러시안블루   17.06.22

내가 군중속 유일하게 피가 흐르는 인간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