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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나약해서   .
조회: 1052 , 2017-08-06 18:05



하루는 비에 젖은 좌광천을 걸으며
하루는 해운대의 모래에 발을 데며
맥주와 감자튀김, 커피와 티라미수를 먹으며
거실 바닥에 엎드려 스타워즈 레고를 조립하며
그리고 밤이면 음악을 틀어놓고 살을 맞대며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는 한심한 과거에 대한 것도
염원하는 미래에 대한 것도 있었고
유혹의 틈에서 안정을 희구하는
현재에 대한 것도 있었고.

그러나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와플을 먹던 중에
당신이 눈을 붉히다가 고개를 떨군 것은
내가 보았던 가장 아프고도 아름다운 모습.

서점에서는 보라색 표지에 함께 진저리를 치고
노란색 표지를 몰래
베스트 서가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그것이 고작 몇 번에 그쳐야 했던 것을 보면
욕심에 비해 조금은 나약했던 모양이다.
서로를 그만큼은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때로는 나이, 때로는 나이차를 말했지만
우리가 몇 년 전에 만났다면,
내가 아는 당신이 지금보다 몇 년 어렸다면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을지언정
이번처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삶에 대한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으리란 것은
얄궂다.
삶이 얄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