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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
 시대를 지나며   일상
조회: 1129 , 2017-09-20 00:00
순수하진 않았어도
순진했던 마음들이 남아있던 시대

택시를 운전해도
중산층으로 살 수 있었고
한두달 열심히 일을하면
한학기 등록금이 해결되고
열심히 일해서 집을 사면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벌었던

힘들게 일해도
마음의 여유와 내일이 있었던 시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던
실패해도 일어날 수 있었던 시대
진심과 정직이 통했던
꿈과 희망이 빛났던 세대

어린 아이였던 나였지만
그때의 시대적 감성과 정서는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이 남아있다
시대적 로망이라고나 할까

잘 나가던 시기를 살았었고
힘들었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국가 부도를 국민들의 자발로
막아내는 모습 월드컵의 기적
IT와 모바일의 놀라운 발전들을 보았고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소모하며
나는 조금씩 나이를 먹고 성장해왔다

유행이 바뀌고
트렌드를 소모하는 주류가 바뀌고
새로운 말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이제는 시간이 달리듯
모든것들이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시대와 기술은 우리를
더욱 가까워지게 했지만
각자와 각자의 마음은
더더욱 멀어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없이 가까워졌지만
수없이 외로워져만 가고있다
산다는게 너무 고단하다

속상하다
잘 모르겠다
누구는 네가 죽어라 노력하지 않았다고 하고
누구는 너의 잘못이 아니니까
사회를 탓하고 미워하라고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용기를 내라고 따뜻한 위로를 주던
청춘 멘토의 실상은 풍요로운 집안에서 도움받고 자라서
청년의 아픔들을 전부 이해한다는듯 하며 책을 팔아댔고
학생들의 필독서로도 유명한 더 큰 세상을 꿈꾸게 했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던 그 분은 달달한 구라와 환상으로
책을 써내어 왜곡된 위험한 정보로 무방비로 여행을 갔던
수많은 청년들에게 지울 수 없는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자칭 깨어있다는 분들은 광우병 때문에 다 죽게될거라고
너희가 분노하고 일어나야 한다며 어린 학생들을 몰아세웠고
대학 공연을 온 랩퍼 누구는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마음껏 마시고 만나고 섹스하라고 한다 그래 뭐 좋다
하다못해 이제는 행복 전도사마저도 스스로 목숨을 끊자
슬프고도 무척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듯이
청춘을 위한 멘토 또한 없다
그냥 됐으니까 적당히 하고
어서 네가 하려던 일을 하렴
책이든 공연이든 앨범이던
비싸지 않으면 사줄테니까

어찌되었든 이 세상도 더 나은 내일도
내가 바꿀 수 있는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
한없이 우울한 기분에 잠긴다

그냥 아무생각 안 하고
다 잘될거라고 자기최면걸고 열심히 살거나
아님 알약 두봉지 처방받지 않고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