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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선물/ 습관   .
조회: 999 , 2017-10-19 12:29


1.
꽃은 창가에 두었다.
물은 비정기적으로 갈았고
두 주에 한 번은 조금씩
줄기를 잘라냈다.

손톱만 한 흰 꽃들만은
한 달이 넘도록 생생했다.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다가
이제는 꽃잎도 바랬지만
줄기는 아직 연두빛이다.

택배를 받은 것은 마침
서로를 응원하며 각자의
길을 가기로 돌아선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아마 당신은
남자도 꽃 선물을 좋아한다는
내 말을 기억했을 것이다.
나라고해서
꽃을 선물받아 본 적이 없다는 당신 말을
기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받은 것은 또한
나로서는 편지를 한 다음날이기도 했다.
당신이 꽃에 어떤 말도 보태지 않았듯이
내 편지에는 향취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더는 편지를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하면,
당신은 갸우뚱
고개를 기울일지.


2.
당신의 습관을 알아맞히기란
대체로 아주 쉬운 일이었다.
고민 없이 내 버릇을 이야기하면
당신은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곤 했으니까.

당신에게 혹은 나에게라도 욕심이
찰나삼세에 기꺼우려는 욕심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나는 몇 개의 습관을 더 밝혀낼 수 있었을까.
당신이 빨래를 널고 개는 방법이나
설거지 후에 그릇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을까.
다음번 수수께끼가
영영 미루어져야 했던 것은
말하자면 나약해서
혹은 나약하지 못해서.





프러시안블루   17.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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