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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자존감   six/sept.
조회: 2470 , 2017-12-19 09:04


유독 말을 자주 자르는 친구가 있다.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분이 나쁘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지금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있는 상태인 것 같다.
얼른 머리도 자르고, 필요한 것도 좀 사고 해야겠다.

시험이 끝나면 좀 여유로워질까-
나를 잘 돌보지 않아도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많던데
나는 그렇지가 않다.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단정하고 깔끔해야 뭔가 남들 앞에서도 안정감을 느낀다.

사실 돈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돈이 없다는 사실에 자격지심이 있어서, 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남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쓸텐데
내가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돈 없어서 안 자르는 걸로 보이겠지,
하는 류의.

적당한 돈은 있어야 한다.
얼른 졸업하고 취직해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거의 2-3년 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는 것 같다.
교환학생 준비하면서부터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정말 교환학생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분명한 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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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눈물이 여러 번 났다.
교수님께 과제를 내면서 이번 학기에 수업을 성실히 못 들어서 죄송하다,
졸업을 앞두고 많이 불안하고 바쁘기도 했다, 고 했더니
그런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한 학기 버텨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이번 학기는 버텼다.
그 수 많은 일들과 걱정과 불안과 좌절을, 버텨냈던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에는 아는 언니 때문에 또 울었다.
돈이 없어서 엄마한테 돈을 빌리려다가 역시 실패하고
이미 돈을 여러 번 빌린 언니에게 염치없이 물어보았는데
언니가 정말 너무 선뜻 보내주면서,
이 어려운 세상에 이렇게 서로 돕고 도와주고 사는 거 아니겠냐고,
돈이야 있다가도 있고 없다가도 있고
지금 그 10만원은 자기한테 있는 것보다는 나한테 있는 것이 더 잘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너무 고마워서 울었고,
언니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돈을 벌면 꼭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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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났다.
왜 사회학을 배웠을까 답답하기도 했다.
자본주의는 모순 덩어리이며 내가 돈이 없는 것은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함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내가 배가 불러진다면 누군가는 또 나처럼 이렇게 힘들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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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학기가 이제 딱 사흘 남았다.
목요일에 마지막 과제를 내고 나면 이번 학기도 끝이다.
피곤하더라도 정신이 없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들을 돌보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마인드 컨트롤 하기! 

프러시안블루   17.12.20

하나양.. 이제 졸업 이신거에요?

李하나   18.02.11

네 졸업했답니다:)

B   17.12.20

벌써 한해가 가네요. 뒤돌아 보면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참 많이 노력했고 나름 이룬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아마 하나씨도 그럴 거예요. 젊은 시절은 항상 치열한데 이룬 게 미약하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버티고 겪은 그 모든 게 나름의 의미가 있더라고요. 아직 젊지만 그걸 느끼네요. 힘내세요~^^

李하나   18.02.11

맞아요 앞이 까마득해서 한 게 없다고 생각되지만,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것들을 해낸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