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삼 주 정도 부모님 집에 가서 지냈다.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몸도 머리도 좀 쉬일 겸-좋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그것도 수도권이긴 하지만 일단 서울에서 벗어나니 좋다.개발이 덜 된 곳이라 아직 산도 논도 많고무엇보다 높은 건물이 적어서 시야가 트여서 마음까지 트인다.집도 한적한 곳에 있고 창이 넓은 데다 새집이어서 아주 쾌적하다.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의 누적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자주자주 환경을 바꿔주어야지.-한 2주 정도 쉬다가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처음 오픈하는 카페라서 좀 정신 없긴 하지만대신 모두가 정신 없어서 손발 맞춰서 일하는 중이다.
텃세나 잔소리가 심한 것보다는 이게 좋다.
문제는 일터가 서울이어서 다시 자취방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께 하루 서울 자취방에서 자다가 지옥을 경험한 후로는 그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한다.
내일 출근을 해야해서-
그래도 비 덕분에 기온이 좀 떨어졌으니 희망을 걸어본다.
사실 더위를 잘 안 타는 편이라 더운 것 자체는 상관 없는데
찜통에 잠이 잘 안와서 다음 날 집중이 안 된다.
새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가게도 아직 어수선한데-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써야겠다.
아무튼 요즘 알바자리가 별로 없는데 카페 중에서는 드물게
평일 풀 타임을 구하는 곳을 찾아서 다행이다.
게다가 시간대도 딱 내가 찾던 8 to 5!
자리가 좀 잡혀들어가는데? 히히
여기서 착실하게 겨울까지 일해서 돈 모으고 캐나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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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금요일 퇴근 후에 다시 부모님 집으로 내려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주기적으로 부모님 집을 방문하는 건 중요한 것 같다.
서울에 혼자 있으면서 숙식을 스스로 해결하고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다보면
정서적으로 굉장히 고립되고 불안정해진다.
언제든 내가 위험하거나 힘들 때 나를 받아줄 곳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적인 경계심을 낮춰주어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에 대한 신뢰도 많이 회복되었다.
전에는 무책임한 모습을 많이 보였고 자식을 짐으로 여기는 듯한 말을 입버릇처럼 해서
나도 모르게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내 성격도 점점 독립적이고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성격으로 변해갔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도 재혼을 해서 경제적으로 조금 숨통이 트이고
새로운 남편과 성격이 잘 맞아서 스트레스도 덜 받으면서 성격이 많이 온화해졌다.
나에게도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하고-
사실 큰 것들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마에 대한 신뢰가 많이 회복되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대한 경계심도 조금은 풀려간다.
내가 엄마와의 관계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내 사회적 관계의 원천이기에.
아빠와는 그럴 수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철저히 나의 정서 발전의 측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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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줄여나가고 있다.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려 한다.
“사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마치
걷는 것을 인식하고 숨 쉬는 것을 인식하는 것과 같다
잘 걷고 있다가도 내가 어떻게 걷는 지 신경쓰기 시작하면
걸음이 어색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잘 걷고 있다면 “걸음” 자체에 대해서는 잊어도 좋다.
다만 어디로, 얼마나, 어떻게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다 걸음걸이가 이상하거나 안 좋은 습관이 있으면
그 때 걸음걸이를 관찰하며 고치면 된다.
그러니 내가 잘 걷고 있는지만 신경쓰자.
걸음이 이상하면 신호가 온다.
골반이 아프거나
족적이 이상하게 찍히거나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내 걸음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
사람마다 걸음걸이는 다를 수 있지만
걷고 싶는 모양은 또 다로 있을 수 있으니.
나는 어떻게 걷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걷고 있는가
그리고 답은 흔적으로 찾는다.
머릿속이 아니라.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살기.
생각하는 대로 살아서도 안 되고
사는 대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사는 대로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