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구독관리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근황   huit.
조회: 1781 , 2018-08-05 10:23

한 삼 주 정도 부모님 집에 가서 지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몸도 머리도 좀 쉬일 겸-
좋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수도권이긴 하지만 일단 서울에서 벗어나니 좋다.
개발이 덜 된 곳이라 아직 산도 논도 많고
무엇보다 높은 건물이 적어서 시야가 트여서 마음까지 트인다.
집도 한적한 곳에 있고 창이 넓은 데다 새집이어서 아주 쾌적하다.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의 누적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자주자주 환경을 바꿔주어야지.


-

한 2주 정도 쉬다가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 오픈하는 카페라서  좀 정신 없긴 하지만
대신 모두가 정신 없어서 손발 맞춰서 일하는 중이다.
텃세나 잔소리가 심한 것보다는 이게 좋다.

문제는 일터가 서울이어서 다시 자취방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께 하루 서울 자취방에서 자다가 지옥을 경험한 후로는 그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한다.
내일 출근을 해야해서-
그래도 비 덕분에 기온이 좀 떨어졌으니 희망을 걸어본다.
사실 더위를 잘 안 타는 편이라 더운 것 자체는 상관 없는데
찜통에 잠이 잘 안와서 다음 날 집중이 안 된다.
새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가게도 아직 어수선한데-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써야겠다.

아무튼 요즘 알바자리가 별로 없는데 카페 중에서는 드물게
평일 풀 타임을 구하는 곳을 찾아서 다행이다. 
게다가 시간대도 딱 내가 찾던 8 to 5! 
자리가 좀 잡혀들어가는데? 히히
여기서 착실하게 겨울까지 일해서 돈 모으고 캐나다 가야지.

-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금요일 퇴근 후에 다시 부모님 집으로 내려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주기적으로 부모님 집을 방문하는 건 중요한 것 같다.
서울에 혼자 있으면서 숙식을 스스로 해결하고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다보면
정서적으로 굉장히 고립되고 불안정해진다.
언제든 내가 위험하거나 힘들 때 나를 받아줄 곳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적인 경계심을 낮춰주어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에 대한 신뢰도 많이 회복되었다.
전에는 무책임한 모습을 많이 보였고 자식을 짐으로 여기는 듯한 말을 입버릇처럼 해서 
나도 모르게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내 성격도 점점 독립적이고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성격으로 변해갔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도 재혼을 해서 경제적으로 조금 숨통이 트이고 
새로운 남편과 성격이 잘 맞아서 스트레스도 덜 받으면서 성격이 많이 온화해졌다.
나에게도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하고-
사실 큰 것들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마에 대한 신뢰가 많이 회복되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대한 경계심도 조금은 풀려간다.
내가 엄마와의 관계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내 사회적 관계의 원천이기에.
아빠와는 그럴 수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철저히 나의 정서 발전의 측면에서)

-

생각을 줄여나가고 있다.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려 한다.

“사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마치
걷는 것을 인식하고 숨 쉬는 것을 인식하는 것과 같다
잘 걷고 있다가도 내가 어떻게 걷는 지 신경쓰기 시작하면
걸음이 어색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잘 걷고 있다면 “걸음” 자체에 대해서는 잊어도 좋다.
다만 어디로, 얼마나, 어떻게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다 걸음걸이가 이상하거나 안 좋은 습관이 있으면
그 때 걸음걸이를 관찰하며 고치면 된다.
그러니 내가 잘 걷고 있는지만 신경쓰자.
걸음이 이상하면 신호가 온다.
골반이 아프거나
족적이 이상하게 찍히거나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내 걸음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

사람마다 걸음걸이는 다를 수 있지만
걷고 싶는 모양은 또 다로 있을 수 있으니.

나는 어떻게 걷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걷고 있는가
그리고 답은 흔적으로 찾는다.
머릿속이 아니라.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살기.
생각하는 대로 살아서도 안 되고
사는 대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사는 대로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