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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합리적 삶   huit.
조회: 2124 , 2018-10-10 17:53


며칠 전에 친구가 신발 사진 하나를 보내왔다.
무슨 색으로 보이냐고.
처음엔 회색과 민트색으로 보였다.
알고보니 분홍색 하얀색 신발이었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하였다.
재미삼아 이런 저런 색깔 착시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빛의 양과 색을 보는 방법이 달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엄마와 동생에게 물어보니 분홍색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는 생각에 따라서 다르게 보였다.
분홍색이라고 생각하면 분홍색으로 보이고
회색이라고 생각하면 회색으로 보였다.

더욱 정확히 이야기하면 
신발끈을 하얀색이라고 '인지'하면 바탕색이 분홍색으로,
민트색이라고 인지하면 회색으로 보였다.
마치 머릿속에서 명도 조정을 하듯이.

오래 전에 드레스 색깔도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나는 흰색 금색파였다.
하지만 주황색 햇빛이 들어올 때 찍은 거라고 생각하면 검은색 파란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혹은 저녁 어스름에 찍은 거라고 생각하면 흰색 금색으로 보였고.

생각하기에 따라 색이 왔다갔다 하니 신기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한 가지 색깔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주변색도 다르게 보였다.
금색이라고 생각하면 옆부분은 흰색으로,
검은색이라고 생각하면 옆부분이 파란색으로.

.
.

생각하는 대로 보게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구나, 싶었다.
나는 내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보는 '방법'대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세상을 본다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고 있는 지 항상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년 간은 내 인생, 혹은 앞으로의 내 삶에서 
어려운 부분, 불안한 점, 불공평한 점들만을 주로 보고왔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힘이 빠지고 기운이 나지 않고 무기력했다.
그 전에는 희망찬 부분만을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감사하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좋은 면만을 보고 사는 것,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신발 사진을 보면서 내가 생각을 바꾸었던 바로 그것이다.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상은 달라진다,
나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이렇게 보이는 구나,
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게 되는 그 상태를 원한다.

삶이 불안하고 무섭게 느껴진다면
내가 그런 마음 상태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고
삶이 희망차고 행복하게 느껴진다면
역시 내 마음이 행복한 것이라고.
그래서 마음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게.

행복할 때에도
불행할 때에도
이것은 내 마음이구나-
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나는 이것도 못할 거야 저것도 못 할 거야 하지 않고
나는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어, 하지도 않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다,
명확히 인지하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어렸을 때는 어떻게, 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성실하면
보답이 돌아올 거라고.
그것도 사실은 아니다.

졸업한 후로는 무엇을, 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나는 이뤄놓은 것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거라고.
그것도 사실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않는,
그런 합리적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을 똑바로 뜨고
내가 무엇을 하는 지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