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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세상은 파워게임이다. 난 어떤 게임을 선택할 것인가.   합니다.
조회: 1862 , 2018-12-06 16:51
어떤 문제를 풀면서 인생을 보낼 것인가.
유한한 시간을 후회없이 보내려면 어떤 문제를 잡아야하는가.
내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참을 수 없는 불의는 무엇인가.

한 둘이 아니다. 잡히는대로 풀다보면 정말 나의 문제를 찾지 못한 채 눈을 감을 것이 자명하다.
시간은 흐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선택을 잘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 후에는 대충 해도 된다. 그게 내 길이라면.

수동적으로 내게 주어진 문제를 푸느라 보낸 시간들이 많다.
정말 내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고, 실력이 늘었으니 좋게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 많다.

물론, 피할 수 있었으나 구태여 내 문제로 끌어들여서 일을 키웠던적도 없진 않다.
그것 또한 피할 수 없었다고 봐야한다. 순진하고 혈기왕성했던 내가 피해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니.

이제 조금 경솔한 행동을 줄일 때가 됐다.
어제도 그제도 내게 수많은 문제가 찾아왔고, 도발을 했지만 걷어냈다.
이 것은 소극적 회피가 아니라 적극적 회피다. 정말 내 문제를 찾기 위한 선택.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다시 생각한다.
인류를 구원하는 거대한 문제해결에 내 한 몸 불사르겠노라 말하지만,
사실 어설픈 영웅심리에, 어설픈 키다리아저씨 코스프레에 빠져있는 관종은 아닌지.
혹은,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먹고사니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는 별로 관심 없는 건 아닌지.

돌이켜보니 개인적인 먹고사니즘이 해결된지도 어느덧 2년은 지난 것 같다.
그 이후의 선택은 어쩌면 그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뜨거웠던 열정이 재판 몇 번 불려다니면서 다 식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벌써 또 연말인데 나는 무슨 문제를 잡고싶은건가.
진심으로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치기어린 경솔함으로 아무 싸움에나 말려들고싶진 않다.

문제를 푸는 과정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한 걸음 한 걸음 그 과정에 집중할 땐 행복하지만, 훗날 의미까지 느낄 수 있을까.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먹고사니즘, 생존 문제를 푸느라 급급한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있는 현실에서,
불과 2년 전만 해도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먹던 내가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오면,

' 어떤 문제를 풀까를 고민할 수 있는 인간이 인류의 몇 %나 될까.
내 죄책감을 덜기위해, 그 비율을 높이기 위해 내가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그림을 그리고 나아갈 것인가.
누구와 함께 나아갈 것인가. '

따위를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