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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내가 즉흥적,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이유   합니다.
조회: 2214 , 2019-01-08 00:02
니가 내게 물었다.
토요일 저녁에 시간 되냐고.
구글 캘린더를 보니 약속이 없다.
응. 지금은 특별한 거 없네.

어제 친구랑 맛있는 술을 발견했단다. 그거 먹잔다.
그래, 일단 캘린더에 기록은 해놓는데, 만약 일 생기면 미리 얘기해줄게.

그리고 덧붙인다.
오늘이 월요일인데 토요일 약속은 너무 멀다.
일과 관련된 약속이 아닌, 개인적인 약속은 오늘 만나거나 내일 만나는 약속 정도만 한다.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월요일과 토요일 사이엔 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너무 높다.
개인으로서 내 약속보다 법인 대표로서 약속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일 약속이 생기면 내 약속은 자동적으로 깨진다.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더니, 본인은 계획적인 사람인데 난 너무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라고 한다.
그래, 너랑 처음 친해진 것도 독서 모임에서 우연히 이웃동네에 살길래 친해졌지.
그냥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너랑 대화가 조금 길어지길래 치맥을 하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지.
그리고 그 모임이 없을 때도 두어번 더 '급 치맥'을 했지.

그런데 생각해보자.
내가 그렇게 '급 치맥'을 하지 않았더라면 너랑 친해졌을까.
글쎄. 그럴 가능성은 너무나 낮다.

.

매일 배우고, 매일 성장한다.
어제의 나랑 오늘의 내가 다르듯, 오늘의 나랑 내일의 나는 다르다.
그래서 매 순간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나에게는 일주일 뒤의 약속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그 사이에 더 성장한 내가,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새로운 약속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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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흥 :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는 감흥. 또는 그런 기분.
- 충동 :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마음속의 자극.

내 즉흥적, 충동적 행동은 내 삶에 도움이 되었던가.
지난 10년을 돌이켜봤다.

장고 끝에 두었던 것은 악수였다.
짧게 집중적으로 고민해서 내렸던 수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머지않아 뒤집혔다.
맥주 한 캔 마시고 즉흥적, 충동적으로 내렸던 선택과 행동은 투명한 나를 드러냈고, 아주 좋았다.
소주 한 병 마시고 내뱉은 말은 조금 과해서 후회스러웠다.
소주 두 병 마시고 했던 행동은 기억은 나지만 잘 이해가 안됐다. (내가 그랬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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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시간 이후의 나는 지금의 나랑 다르다.
밖에서 안을 보는 사람들은 같다고 생각할테지만, 안에서 밖을 보는 입장에선 너무나 많이 다르다.
책 한 권, 사람 한 명 잘 만나면 어두컴컴했던 방에 남향으로 창문이 나는 것과 같다.
밖에서 볼 때야 창문이 하나 생긴 정도이지만 안에 있는 나로서는 삶이 바뀌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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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오늘 만나자고 했을 때 흔쾌히 나갈 수 있었던 내가,
일주일 뒤에 약속시간이 되었을 때 '시간 낭비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게 내가 후회를 남기지 않고 살아온 내 삶의 방식이다.
일주일 뒤에도 너를 만나고싶은 마음이 지금과 같도록 너도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