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로부터)
슈퍼키드의 '그럭저럭'은 꽤나 오래 전부터 즐겨 듣던 노래이지만,
당신과 깊게 연결지어 생각해서 이입해 본 일은 없었다.
노래 가사는 수염을 두고 잔소리를 했다고 하지만 당신은
내가 타지에서 수염을 기르던 때의 사진들을 보며
멋있다고 말해주곤 했다.
그것은 수염 때문이 아니라
누가 봐도 거침 없어 보이는
(당신의 눈앞에 있던 나의 모습과는 제법 다르던)
분위기 때문이었겠지만.
그러나 당신이 동경하는 것이
과거의 나여서는 안 될 일이었겠지.
한 순간을 각지게 잘라낸 사진으로는
나도 당신에 대해 더 알게 될 것이 없었고.
동안인 당신이 이전엔 더 어려 보였다는 게
별 일일까.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커튼도 없이 활짝 열려만 있던 그 순수함이
오래 된 것임은
오히려 당연하지 않을까.
차라리 당신의 목소리로 낯선 이름들을 듣는 것이 좋았다.
지역이나 국가,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던 이름들
가끔은 병이나 아픔을 가리키던 이름들
그리고 그 틈에서 당신은
짧은 차림으로 차가운 밤바다에 발을 적시는 모습
많은 여행을 다니고 서핑을 하고 운동을 하는 모습
맑은 눈을 더욱 빛내며 소리쳐 우는 모습
작은 몸
그 역시도 단편적일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을
나도 함께 겪은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현재의 눈빛을 보며 듣는 이름들은
모두가 고유명사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