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구독관리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Asa
 끝에서 시작   211121
조회: 840 , 2021-11-21 02:15
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덮은 날이다. 
털어놓을 곳이 필요해서 일기장을 찾아 내었다. 영어 입력으로 글자와 배경 색을 변경할 수 있어 좋았다.
벼랑 끝에 몰려 있어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정말로 가능성을 묻고 싶다. 사실은 벼랑 끝도 아니고 이미 추락해 온 몸이 아픈 것 같은데, 다시 전처럼 일어서서 말짱히 걸어다닐 수 있냐는 말이다. 할 수 있다면 얼마나 걸리는 지도 알고 싶다.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이유로 세상이 나를 등지게 된다는 것이 두렵다. 그리고 이렇게 두려운 사람은 미련해진다. 나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나를 외면하는 세상을 함께 외면하는 척한다. 계속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더는 겉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안 되는 걸 어떡하지... 나에게 지금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다. 사랑을 쏟을 대상도 찾았다. 난 열심히 내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자꾸 멈춰 서서 시간을 질질 끄는 이유가 뭐지. 이미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더 주었으면 한다. 누구나 귀여워 했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며 사랑의 크기에 실망하는 것이 이상한 일임은 알지만, 알지만 항상 똑같이 바라게 된다. 정말 고치고 싶은데, 상담을 받을 상황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된다. 무기력하게 주어진 절망을 인내하는 수밖에 없어서 괴롭다. 일 년 뒤에는 정말 어떻게 되는 걸까? 코 앞에 놓인 끝이 너무 암울하다


유튜브에서 정신과 의사가 과대 우울이 위험하다고 한 것을 보았다. 앞으로 참아 볼까? 내 우울은 과대 해석이 아니라 정말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서 오는 건데도 참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잘못해서 받을 벌인데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건가. 말이 되나? 정말 궁금하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으니 내가 아닌 타인이 괜찮다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하는데 힘을 내면 되는 건가 진짜... 무기력함에 움직일 힘조차 없다. 번아웃 증세와 유사한 것 같은데, 이전에 번아웃이 왔던 때와 지금의 내가 너무 비교되어서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꽤 있다. 저번에는 많은 이들이 우러러 보는 위치에서 정말 열심히 해서 진이 빠졌는데, 왜 지금은 늪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진흙탕 속에서 주저 앉으려고 하는 건지. 인생 곡선이란 건 원래 이렇게 굴곡이 심한가? 굴곡이 한 번만 진 채로 평생토록 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사람이 내가 될까? 되면 어떻게 될까? 

-

이런 말을 털어놓을 사람을 곁에 만들어 두지 않은 내 잘못에 쓰라린다. 그 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도, 이런 말을 말하고 싶을 줄도 몰랐지만, 그래도 조금 더 편하게 다가 갔어야 했어. 너무 이미지 관리만 열심히 했다. 


그래도 다시 시작을 하고 싶다. 노래를 들으니까 기분이 조금 낫다. 

carol   21.11.25

이미 다시 시작하셨네요:) 멈춰 서 있는걸 알게되면 그때 또 다시 시작하면 되죠:)

Asa   21.12.11

지금 봤는데 너무 감사하네요 ㅎㅎ 일기를 쓰고 며칠 간은 괜찮다가 최근에 또 기분이 싱숭생숭했는데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뜻한 댓글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