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가 되었다.
마음이 엉망진창인 요즘,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는 요즘,
인터뷰를 한다는 사실이 자조적이었다.
혼자 인터뷰이였던 것은 아니지만 애매한 위치에 놓여 솔직하게 답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이것은 일이 아닌가!
피곤했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장소를 이동하여 이번엔 내가 인터뷰어가 되었다.
기대보다 더 만족스러웠던 답변들에 확실히 놀라고 감동하였다.
그래.. 이런거 하려고 이 일 했었지.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성취감, 만족감, 뿌듯함, 보람 뭐 그런거.
여차저차 주어진 일을 잘 끝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감독님과의 대화.
뭐야 이사람, 이런 사람이었어? 이게 돼? 부처야?
평소에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시냐고 물었다. 스트레스를 별로 안받는다고 했다.
- 그렇게 마음을 트레이닝 했어요. 스트레스 안받는다고 되뇌이고, 그러다보니 진짜 스트레스 안받게 되고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시크릿 효과 같은거네요?
- 그렇죠
(중략)
자기객관화를 심도있게 해서 무엇을 내가 최우선으로 삼을 것인지를 결정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불교 방송같은 것들을 많이 들었고 취업보다는 창업을 할 거라고 늘 생각했다고 했다.
취향, 가치관에 맞지않은 것은 과감하게, 무식하게 버렸다고 했다.
돈이 되어도 작업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과감하고 낙관적인 태도가 환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무엇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찾았고, 최우선 가치를 찾았다.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 놓이지 않는 것이었고, 문제의 요소들을 하나씩 소거하여 환경을 구축했고, 그런 과정에서 태도를 만들었다고.
물론 감독님은 무언가의 덕후였고, 전공을 하고, 여행하며 장시간 노력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환경과 태도와 역량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 다 피할 수 없지만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끔.
흥미로웠다 이 사람.. 그래서 일을 이렇게 하나? 는 생각도 잠시 하긴 했다.
장기간 연애에서도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했다. 보통 그런 경우 한 쪽이 극단적으로 참고 있는 법인데 말하는걸 들어봤을 땐 그닥 그럴 것 같지 않기도 했다.
뭐 어쨌든, 본인도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지 않기 위해 의도적인 환경을 만든 것이기에 인생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더불어 본인이 부자가 될 거라는 확신 또한 있었다. 계획은 없었다. 굳이 물어봤다. 믿음만 있었다.
믿어진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종교 수준으로 맹목적인 믿음이었다.
막연했지만 보기는 좋았다. 나도 한 땐 내가 주인공인줄 알았으니까. 물론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건 변함이 없고.. 자는 머리 맡에 나를 세계의 영웅으로 초대할 만화같은 일은 없다는 거지.
나도 마음 트레이닝을 하면 그렇게 되려나?
이 일에서 스트레스 받고 있는 나를 놓아버리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