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있다.
어느 커다란 원 안에 서있다.
나와는 각각 다른 길이만큼 서있는 사람들이 날 둘러싸고 있다.
그들은 날 등지고 서있다.
단 한 사람도 날 향해 서있지 않는다.
나와 멀리 있는 사람은 불러도 돌아보지 못한다.
중간정도 거리에 있는 사람은 부르면 잠깐 돌아보기는 한다.
하지만 그 사람도 이내 다시 돌아서버리고 만다.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향해 서 있으니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내가 짓는 표정만 봐도 날 향해 서서 무든 일이냐고 묻곤 한다.
그 땐 괜시리 그의 태도에 내가 먼저 낯설어져 대답하지 못한다.
끝내 날 유일하게 봐 준 이도 돌아서 버린다.
이 상태로
내가 부르지 않으면 날 향해 절대 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부르지 못한다.
그 거리가 점점 길어져 안타깝게 나만 힘들어 진다해도
그 누구에게도 다가갈 수 없다.
단지 단 하나의 노력을 한다.
거리는 멀더라도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그들이 내 목소리가 낯설어 지지 않게 홀로 연습중이다.
하지만
한참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순간 내 목소리에 나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