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그대 담아두었던 메모리가 모두 동이 나고 말았다.
아나로그로 찍어두었던 내 머릿속 필름들 마저도 모두 써버리고 말았다.
너무 오래된 기억들은 이미 지워버린 그대 전화번호처럼 어느샌가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그대 지우기 이렇게 힘든데,
그댄 날 잊기 그렇게 쉬운지...
아니, 잊을필요도 없이 내 모습을 담아두지도 않았겠지만...
바람이 분다...
지나가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한눈에도 나오는 비교도 안될 매력을 가진 여자였다...
그대...
눈이 있는 그대도 나보단 저 여자, 나보단 다른 여자가 더 관심이 가겠지...
그러니까 난 그대 메모리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거겠지...
지나가는 여자에게서 향긋하다 못해 코를 찌르는 향수의 냄새가 풍겨왔다.
아무냄새 안나는 나보다는 그대 역시 향긋한 여자를 더 좋아하겠지...
아마도 영원히 못하겠지만
언젠가 그대에게 그대 메모리에 저장되기를 바라며 고백을 한다면
그댄 황당한 기분만 느끼겠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날 밀어낼 것이다.
아마도 나처럼 그대도 내 연락처를 지워버리고
내 이름마저도 지워버렸겠지...
그렇다고 그댈 원망할 순 없다.
내가 먼저 손 내민 적 없으니까...
용기없고 바보같았던 내가 죄인일뿐이다...
이젠 이 글을 마지막으로 그댈 잊으려 한다.
천천히... 메모리에 있는 내용들을 지워가며
만에하나 그대에게 연락이 와도...
괴롭지만 받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럴일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