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원서를 넣을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지는 모르겠다.
시간은 자꾸 가고 나는 그 시간 동안 뭘 했냐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때까지는 계속 학원에 나가야 된다.
내가 생각했던 나의 경쟁력이란 '손가락이 열개 달린' 정도의 평범한 조건들이었을까.
2005년 가을. 사람들 틈에 끼어 서울의 불빛을 바라봤다. 그리고 노량진의 이름을 생각했다.
다리 량 자와 나루터 진 자가 동시에 들어간 곳. 1999년 내가 지나가는 곳이라 믿었던 곳.
모든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 하지만 그곳이 정말 '지나가기만' 하는 곳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7년이 지난 2005년 지금도 나는 왜 여전히 그곳을 '지나가고 있는 중'인걸까.
짧은 정차 후,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왔다. 한 여자가 내 밟을 밟으며 소리쳤다."밀지마요!"
우주 먼 곳 아직 이름을 가져본 적 없는 항성 하나가 반짝하고 빛났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득히 '아영아, 내손잡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이 고인다/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