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고민한다. 조금만 더 잘 것인가 말 것인가. 조금 더 잔다면 얼마나 잘 것인가.
...그냥 지각해버릴까. 당장의 숙면이 2만 원어치의 가치가 있다면, 그러면 자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러나 2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한 번도 지각한 적 없으니 한 번만 지각할까.
그래, 성실함이란 미래의 실수를 위한 달란트 같은 것일지도 몰라....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다면 5분은 더 잘 수 있었을텐데.
그녀는 '그러니까'와 '그렇지만'사이의 깊은 협곡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선잠에 빠져든다.
물론 직장에 택시를 타고 갈 생각은 없다.
그녀는 자신이 아침마다 일어나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결심이 아닌 '주저'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주저의 순간, 자신에게도 삶에 대한 선택권이 약간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는 것도.
그녀가 화들짝 깨어난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정신병자처럼 외친다. 몇 시지?
늦은 건 아니지만 늦을지도 모르는, 세계 도처에 깔린 우리들의 난처한 시간- 그 어디 즈음의 몇 시 몇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