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의 회오리가 몰아친 후
나는 꿈을 잃고 방황하는 10대 소녀가 되어 있었다.
그 전에는 궁금해서 공부가 안됐는데
그 후에는 떨어진게 마음 아파서 공부가 안된다.
그냥 털어버리자 쳐도
이건 뭐 집중이 너무 안되잖아.
나는 변덕도 심하고 싫증도 잘 느껴서
역시 공부도 안어울리고 그렇다고 피곤하게 바깥에서 끌려다니는 것도 안어울린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그냥 내 식대로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철 없는 낙천주의자.
혹시 몰라서 복학신청을 해놓고 예비수강신청을 해놓는데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돌아가서는 절대로 안되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나는 왜 이런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뒤돌아보기엔 너무 늦은 시간들인데,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고 상처받게 되는 이유는 뭘까..?
기대치가 큰 만큼 그에 상응하는 상처도 큰 법이다
나는 내가 바라는 나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게 너무나 힘들고 버겁고 창피하다.
그리고 나를 기대하는 부모님의 실망도 감내할 자신이 없다.
괜찮다 말씀하시지만, 그 찢겨나가는 마음을 모를리 없으니까...
비싼돈 들여 학원보내주시고, 새벽마다 깨우고 밥해주시고 역까지 데려다주시고...
모를리가 없으니.. 발표나던 날은 진짜 주저 앉아서 울고 싶더라...
조금 더 발전되고 성숙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그렇게 쉽게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만 같고 그렇다... 이번엔 운명의 여신이 내 손을 들어줄 때도 된 것 같은데... 기도도, 소망도, 아무짝에 쓸데없는 짐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그냥 덤덤히 시간을 보내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렇게 나는 또 상처받은 내 자신을 다독였다.
이게 끝은 아니니
"괜찮다고.. 괜찮아 질꺼라고.. 너는 잘 될꺼라고... 나머진 다 괜찮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