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시 반, 식탁에 앉아 커피를 곁들여 빵을 먹고 있는데
소리도 없이 개가 다가와 내 앞에 가만히 앉는다.
내 손을 바라보는 새까만 눈동자는 '그거 나도 줘'라는 무언의 암시.
하지만 조르지 않고 참을성 있게 그저 바라만 본다.
나는 좀 떼어 주려다가 손에 개의 침이 닿을거란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심술을 부리듯 바닥에 빵 조각을 내던졌다.
충동적인 행동이라 스스로도 좀 당황했지만
그래도 우리집 개는 기분나빠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빵이지, 빵을 주는 사람의 방식이 아니므로.
냉큼 달려가 입에 물고는 몇 번 씹지도 않고 삼켜버린다.
그리고 또 다시 그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본다.
- 넌 정말 현실적인 타입이구나.
어떤 사람들은 그 눈에서 충성심을 읽고, 애정을 읽고, 사랑을 읽는다지만.
나는 개를 키우면서 개에게 감정적인 기대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이 녀석이 원하는 것은 그저 한조각의 빵 뿐.
내가 등 돌리고 잔다고 섭섭해하지 않고
말없이 외박하고 들어왔다고 화내지도 않고
내가 밉다고 남몰래 뒷통수 칠 생각도 하지 않는
개
를 기르는 사람.
하얗고 보로로한 털을 쓰다듬으며
우리 둘,
참 편리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