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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바이트   하루
조회: 2280 , 2011-02-18 09:55



 과외 아르바이트는 2학년 겨울방학 이후로 절대로 안하기로 다짐했었다. 1) 애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게 싫고, 2) 그것때문에 노동력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받기 때문이다. 2)는 사실 과외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받는 돈이 크다는 생각이 들면 이상하게 책임감이 커지고 좋은 결과(=애들의 점수향상)에 집착하게 된다. 페이를 지급하는 것은 학부모이고, 나는 그들에게 잘 보여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데, 그 결과라는 것이 천둥벌거숭이같은 고등어들에 의해 좌우된다는게 과외의 비극이다. 대체로 대학생 과외를 받는 고딩들이란 1) 공부에 뜻이 없고 2) 의욕이 단기간에 푹 꺼지며 3) 꿈이 크다. 이러니 과외선생이라 해도 설명만 잘 해가지고서는 애들의 점수를 향상시킬 수 없다. 왜냐면 애들이 듣지 않으니까. 계속해서 의욕을 불어넣고, 숙제를 하게 만들고, 선생이 없을 때에도 공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은 무척 지루하고 답답할 뿐더러, 애들과 선생을 동시에 고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들의 대다수는 이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포기하며, 그동안 선생이 밤마다 가르치고 설명한 모든 수고와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래서 내가 한숨 푹푹 내쉬는 애들을 붙잡고 억지로 공부시키는 짓은 이제 못해먹겠다! 라고 선언한 것이 몇 년 전의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간혹 보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답답하고 힘들고 고생스러웠다. 그것을 통해서 나는 내 유년기를 바라보기도 했고, 수능제도에 대해서 고민해보기도 했고, 시험이란게 얼마나 애들한테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주는지 느껴보기도 했다. 그리고 몸이 고생한 것(5%) 보다는 마음고생한 것(95%)에 대해서 적절한 돈으로 보상을 받았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 이토록 주절주절 써두는 이유는, 요즘 통장 잔고가 심하게 메말랐으며 아르바이트를 구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적지 않은 돈을 받는 아르바이트는 과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나와 내 친구들은 과외를 '사교육의 늪'이라고 불렀지. 


 빨리 졸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