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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만나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un.
조회: 3642 , 2011-04-05 17:21


지하철에서 '모두 다 괜찮아'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5분만 하던 일 다 멈추고 눈을 감고 '마음'을 관찰해보라고 하길래 해봤다.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있었다.
기본적으로 명치깨는 먹먹하다.
코로 숨을 들이쉬면, 가슴에 공기가 꽉 차고, 공기가 걸리는 목구멍 입구 부분과
가슴께 명치가 답답한 건 내 고질병이다.
그 다음엔 '걱정'이 떠오른다.
요즘 내 걱정은 동아리에 들 것인가 말 것인가다.
동아리에 들지 않으면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니까 동아리에 하나 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 동아리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
'왜'냐고 물어보니까
'늦게 끝나서 집에 가기가 부담스러워.' 라는 대답이 되돌아 온다.
핑계라는 걸 안다. 다시 물어 본다.
'그거 말고. 너 친한 사람들이랑 늦게까지 노는 건 좋아하잖아.'
다시 대답한다.
'너무 학술적이야. 나는 그냥 노는 분위기가 좋아.'
이것도 핑계다.
'서로 안 친해 보여.'
이것도.

결국엔 실토한다.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만나고 싶지 않아.'

뭔가가 두렵다.
도대체 뭐가?

낯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에 들어가는 게 두렵다.
그래서 나는 항상 진급이나 진학을 하면 학급 임원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존재감을 확립해보려는 시도다.
뭔가 나에게 이름이 있어야만 나는 안정감을 느낀다.
'구성원 중의 한 명'은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도 아니다'라는 말과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친해지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 않다.

왤까?
왜 구성원 중의 한 명이 나에게는 위기로 다가오는 걸까.
왜 친한 사람이 한 명 옆에 붙어 있지 않으면
다른 친구를 마음 놓고 사귀지 못하는 걸까?

내가 이상해 보일 것 같다는 두려움.
나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다들 나에게는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


그럼 어떻게 해야 그런 생각을 안 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너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자.
편하면 편하게 있고
불편하면 불편하게 있고
나는 어렸을 때 너무 남한테 해코지를 많이 받았어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시무룩해 있으면 아버지는 아버지 앞에서 표정이 그게
뭐냐고 그랬어. 내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는 물어보지 않고.
나는 그냥 앞을 보고 다니는 건데 선배들은 나를 보고 째려본다고 뭐라고 했어.
하지만 그건 내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야.
나는 이제 다 컸고 그런 사소한 일들로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면 되는 거야.

closer   11.04.05

으음. 공감이 무지 가는 일기인데요.
근데 사람들 사이에서 제가 먼저 마음을 열고 있으면 남들도 그걸 느끼나봐요.
제가 변하려 노력하는 순간 남들도 변하더라는.. 신기하게도요.
결국 다 자신한테 달린건가? 싶었어요. ㅎㅎ 미니미님도 화이팅 하세요 ^^

李하나   11.04.06

나 자신한테 달렸다- 맞는 말이에요. 주변은 항상 그대로인데 나만 바뀌어놓고는 '세상이 바뀌었어'하면서 절망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해요♡

억지웃음   11.04.06

저도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만나고 싶지 않은 상태에요. 적극공감합니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하려구요..
그동안은 활짝 열려있었는데, 지금은 잠시 닫아두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쩌면 '고요'라는 것도 최상의 평화일 수 있으니까요...

李하나   11.04.06

맞아요, 꼭 사람을 많이 만나야지만 잘 산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약간 그런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Che   12.02.12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만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