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나가게 되는 걸 은근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지하철 타고 가고 있으니
좀 걱정도 되고 심심하기도 했다. 의외로 혼자온 여자분들이 많아보여서 놀랐고,
남자친구가 데리러 온 여자애들이 너무 많아서 또 놀랐다. 남친님들. 너무 많았다.
너희들 가라쫌. 달리기에 방해된다. ㅋㅋㅋㅋㅋ
모모가 나 데리러왔으면 어땠을까.? 어색했을 것 같다. 땀에 젖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니 이거 원..쯧.
여친들은 어떤 마음으로 남친들한테 나 달리기러 하러가 라고 말했을까.? 잘 모르겠다.
든든해 보여서, 부럽기도 했다.
여튼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도 신고. 준비운동을 하는데, 사람 진짜 많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준비운동도 힘들었는데, 곳곳에 남친님들 껴있었다. (아웅 부럽고 짱나.ㅋㅋ)
가라구, 가라구 쫌,ㅋㅋㅋㅋㅋㅋㅋㅋ나 부러워서 달리기 못한다구.
여튼
달리기 스타트 지점에서 노홍철이 사회를 보고,
박시연 박보영 이영아 .. 여러 연예인들이 달리러 나왔더라.
노홍철 옆에서 보는데 뭐랄까, 에너지가 느껴졌다. 저런 광기는 어디서 나오는가^^ 부럽기도 하다.
달리기 하러 왔을 때, 여자들에게서도 에너지가 느껴진다. 여성 특유의 분위기랄까,
모르겠다. 나에겐 그런게 있다. 남고생들 사이를 지날때도 그런게 있는 걸. 흐흐.
오랫만에 여고시절이 떠올라서, 그 때 좋긴했지. 하며 고등학교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었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여튼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열등감도 많고, 생각도 많고 불안하던 때. 진짜 관계를 지금보다
더 맺지 못했던 때랄까. 예쁜 여자들 너무 많았다. 남자애들 행복하겠다. 이렇게
많은 여자들에 둘러쌓여있다니. 나이키 맨 레이스 할때 나도 구경하러 나갈까.푸하하.
남친이 옆에서 지켜주는 여자애들이 부러워서, 나도 모모에게 나 달린닷 하며 문자를 보냈다.
이럴 때 소중함이 배가되는 걸까. 보고싶다.
나는 b코스라 a코스 사람들이 뛰고 다음타임으로 나갔었는데, 스타트를 끊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뛸 수 없었다. 비키라, 나 뛰겠다.
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길의 보폭이 넓어지고 뛸만해졌다. 물론 내 몸도 그만큼 무거워졌지만.
진짜 힘들어지다가, 3키로 정도 지나면 몸이 조금 가벼워지면서 심장에 힘이 덜들어가는데,
그 시점에 옆에서 누군가가. 벌써 1등이 도착했데! 하는거라. 대단하다 싶었다.
달리고, 달리고, 입으로 숨 안쉬려고 입을 다물었는데. 오랫만에 어금니 꽉깨물었다.
디박. 휴. 오랫만에 독해지는 느낌?
달리다 보면 하늘도 보이고 숲길도 달리고 하는데. 돌아보면 그게 무척 기분이 좋다.
아, 또 달리고 싶게 만드는 풍경과 느낌이랄까. 달리면서 사람들이 달리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머리에 힘 많이 들어가면 안되니까 멍때리자 라며 주문을 넣었지만 여튼.
달리다보면, 머리가 단순해지고 내 몸과 오랫만에 만나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항상 머리로만 생각하고 몸으로는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듯한?
그런 이유에서 달리게 되는 것 같다.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서.
4키로에서 5키로로 넘어가는 지점이 엄청 힘들었다. 5키로 팻말이 왜 안보일까,
6키로는 달린 것 같았는데 싶었는데. 5키로 지나니 다 금방금방이더라.
개인적으로 강이 있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한강지나는 부분이 너무 상쾌했다는.
강은 언제봐도 기분이 좋다.
7키로 다가온 부분에서 스퍼트 낼수있게 내리막길이어서
쉽게 도착했다. 도착하고나니 허무..완주 45분 52초. 생각보다 꽤 빠르다. 1시간 반은 걸릴줄알았는데.
도착하기 전에 6키로에서 7키로 사이에 고비였는데,
모모에게 나 한번도 안걷고 뛰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힘냈다.
누군가에게 나 잘했어 라며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나를 힘내게 했다.
마지막 끝에 내가 너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
그 사람이 날 기다려줬다는 느낌도 전부. 좋았다.
그리고 내가 20대가 되서, 어떤것들을 끝까지 가본적이 있었나
고민하게 했다. 그래서 더 걸을 수 없었달까. 포기하는 것 너무 바보같은 일인것 같아서.
그리고 너무 미적지근했던 내 20대의 4년이 바보같아서. 이제 그러지말자, 뜨끈해지자.
그렇게 뛰고나니, 도착지점에서 눈물이 왈칵했다.
너무 부끄러운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참았지만. 왠지, 나 좀더 잘할 수도 있겠구나, 끝까지 가는거
잘할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날 봐줄사람이 있으니까.
내 스스로 이룬 오랫만의 성취랄까. 더 자신감있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20대로 진입하면서 사랑받지 못하는 지루한 여성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며. 나 좀더 괜찮고 예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사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왜냐면, 나에겐 모모같이 좋은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사랑하자, 그리고 사랑받자.
스스로 사랑하는 만큼 남에게 사랑을 줄 수 있도록.
be lovely. 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