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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나의 엄마.   현실체험기
조회: 3099 , 2011-08-17 20:36
 수만가지 생각들로 복잡한 머리 속을 털어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다른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수십권의 책을 읽고, 느껴보려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다.
 
 인생은 학문이 아니니까.
 다른이의 삶을, 또 그것을 책으로 배우고 깨우친다는건 말도 안되는것.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한참 생각하면
 인과관계를 생각하게 되서,
 이게 잘못되었는데, 왜 잘못했지?
 그럼 이걸 잘못하게 된 이유는 또 뭐지?
 계속계속 생각하게 되다보면, 결국 내 존재자체를 의심하게 되고
 왜 태어나게 되었나, 하는 생각에 이른다.




 나의 엄마와 아빠는,
 결혼을 하기도 전에 나를 잉태하였고,
 마음이 어느누구보다 따뜻하고, 또 강인했던 엄마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를 낳았다.
 내가 4살이 되던 무렵, 결혼식을 하게 되었지만, 끝내 외할아버지는 결혼식장에 오지 않으셨다.
 나와, 그리고 두살 어린 내 남동생 둘을 키우면서, 엄마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리고 엄마만큼 더 여리고 마음이 약했던 아빠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엄마의 성격을 많이 닮았다.
 하지만 아빠의 성격또한 많이 닮았다.
 
 정도 많고 따뜻하지만, 아빠처럼 여리고 약하다.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때, 아빠와 나는 주저앉아버리지만
 엄마는 항상 꿋꿋하게 버텨내고, 온몸으로 상처들을 다 받아내셨다.
 물론, 돌아서서 울고있는 엄마를 많이도 봐왔지만.
 
 딸에게, 힘들다고 죽고싶다고 말하는 엄마를 많이도 봐왔지만.
 그러면서 항상 웃고 밝게 살아가고, 아직까지 소녀같은 모습을 가진 엄마.
 
 20살에 나를 낳아,
 엄마의 인생을 포기하고, 재능을 포기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어미로 살아온 나의 어머니가 너무나 존경스럽다.
 하지만.

 하지만 가끔 엄마가 힘들때, 울면서 내게 말씀하신다.

 [너때문에.. 너때문에 엄마 인생 이렇게 된거야.. 그러니까 니가 책임져야해.. 알겠어?]

 수화기 너머 저편에서 울고있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엄마의 날카로운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을 찢어놓는다.
 목구멍까지,
 -나도 태어나고싶지 않았어. 그럴꺼면 왜 낳았어..? 라는 말이 솟구치지만 꾹 눌러참는다.
 
 끝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엄마의 울음소리만 듣고있는다.
 그리고 나또한 묵묵히 울음을 참아내고.


 모질기 그지없다.
 나를 낳은것 자체를 후회하는,
 엄마의 인생을, 송두리채 없애버린 나를 원망하는 엄마의 말 한마디가.
 내가 죽을때까지 엄마에게 죄스런 마음으로 살아야하는건가.
 
 나의 엄마는,
 나를 낳고, 나를 키우면서 단 한번도 행복했던 적이, 기뻤던 적이 없는걸까?
 그건 아니겠지...
 아니겠지....





 내가 누구와 비교해서,
 자랑스럽고, 자랑할만하고, 효녀같은 딸은 아니지만..
 하아.
 

向月   11.08.18

딸이지만, 가족들에게는 무뚝뚝한 성격인지라... (그래도 남동생보다는 말도 많고 사근사근한 편이지만^^)
올해 27살인데, 50도 채 되지 않은 엄마가 가끔 너무 나이들어보인다 싶으면, 괜히 화가 나더군요. 나의 엄마는, 더 젊어보였으면 좋겠고, 예쁜옷도 입고, 아가씨처럼은 아니겠지만, 좀 꾸미고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독립하기 전에는, 시장도 자주가고, 이야기도 많이하고, 쇼핑도 하러다니고,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고 그랬는데. 혼자 나와 살게 되고 나서부터는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엄마가 더, 외로운가봐요..
요즘은, 아들보다는 딸이 최고라고 하더군요 훗.. ^^

tlsdmsdb6839   11.08.18

사실 저도 엄마한테 왜 낳았냐고 그런적도 있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때 내가 왜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래요.ㅋ
오늘 처음으로 엄마가 말씀 하시더라고요. 가족끼리 저녁 먹는데 자랑스럽다고. 아마 향월님의 어머니도 향월님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그러실꺼에요. 엄마들이 가끔 표현을 그렇게 하잖아요.ㅋㅋ 그럴땐 그러려니 넘어가야해요.ㅋㅋ 엄마가 오늘 무슨 일 있었나? 이렇게 생각하고요. 엄마라는 사람도 엄마라는 위치이기 전에 여자라잖아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