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가지 생각들로 복잡한 머리 속을 털어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다른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수십권의 책을 읽고, 느껴보려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다.
인생은 학문이 아니니까.
다른이의 삶을, 또 그것을 책으로 배우고 깨우친다는건 말도 안되는것.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한참 생각하면
인과관계를 생각하게 되서,
이게 잘못되었는데, 왜 잘못했지?
그럼 이걸 잘못하게 된 이유는 또 뭐지?
계속계속 생각하게 되다보면, 결국 내 존재자체를 의심하게 되고
왜 태어나게 되었나, 하는 생각에 이른다.
나의 엄마와 아빠는,
결혼을 하기도 전에 나를 잉태하였고,
마음이 어느누구보다 따뜻하고, 또 강인했던 엄마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를 낳았다.
내가 4살이 되던 무렵, 결혼식을 하게 되었지만, 끝내 외할아버지는 결혼식장에 오지 않으셨다.
나와, 그리고 두살 어린 내 남동생 둘을 키우면서, 엄마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리고 엄마만큼 더 여리고 마음이 약했던 아빠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엄마의 성격을 많이 닮았다.
하지만 아빠의 성격또한 많이 닮았다.
정도 많고 따뜻하지만, 아빠처럼 여리고 약하다.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때, 아빠와 나는 주저앉아버리지만
엄마는 항상 꿋꿋하게 버텨내고, 온몸으로 상처들을 다 받아내셨다.
물론, 돌아서서 울고있는 엄마를 많이도 봐왔지만.
딸에게, 힘들다고 죽고싶다고 말하는 엄마를 많이도 봐왔지만.
그러면서 항상 웃고 밝게 살아가고, 아직까지 소녀같은 모습을 가진 엄마.
20살에 나를 낳아,
엄마의 인생을 포기하고, 재능을 포기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어미로 살아온 나의 어머니가 너무나 존경스럽다.
하지만.
하지만 가끔 엄마가 힘들때, 울면서 내게 말씀하신다.
[너때문에.. 너때문에 엄마 인생 이렇게 된거야.. 그러니까 니가 책임져야해.. 알겠어?]
수화기 너머 저편에서 울고있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엄마의 날카로운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을 찢어놓는다.
목구멍까지,
-나도 태어나고싶지 않았어. 그럴꺼면 왜 낳았어..? 라는 말이 솟구치지만 꾹 눌러참는다.
끝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엄마의 울음소리만 듣고있는다.
그리고 나또한 묵묵히 울음을 참아내고.
모질기 그지없다.
나를 낳은것 자체를 후회하는,
엄마의 인생을, 송두리채 없애버린 나를 원망하는 엄마의 말 한마디가.
내가 죽을때까지 엄마에게 죄스런 마음으로 살아야하는건가.
나의 엄마는,
나를 낳고, 나를 키우면서 단 한번도 행복했던 적이, 기뻤던 적이 없는걸까?
그건 아니겠지...
아니겠지....
내가 누구와 비교해서,
자랑스럽고, 자랑할만하고, 효녀같은 딸은 아니지만..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