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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그녀의 이야기.   지난 이야기
조회: 2793 , 2011-09-27 19:58
 지난 밤,
 그녀는 가만히, 그녀 스스로를 놔버리고 싶었다.
 미세한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을,
 그런 상태로, 깊은 곳
 그 바닥 끝까지 가라앉고 싶었다.

 
 그녀의 아는 이가, 일본에서 가져온 사케는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25도쯤 된다는데, 그냥 양주를 마시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했다.
 고구마로 만든 사케라고 했었는데
 우유팩처럼 1.8리터 종이곽에 들어있는 그 술을 절반가량 마셨다고 했다. 

 
 순간,
 그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었단다.
 흰 셔츠에 치렁치렁한 녹색빛 치마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나섰단다.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니 꼭대기층이었단다.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뒤 산과 환하게 켜져있는 가로등과 드문드문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좋구나, 나와는 다른 세상이구나, 싶었단다. 
 

 순간, 전화가 울렸다.
 핸드폰 액정이 무지개색으로 반짝거렸다.

 뭐하냐, 달나라 가자는건 어떻게 됐어?

 허탈해져서 그저 웃고말았단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며 계단으로 내려온다.
 잘 지내고 있으라고 당부한다.
 꽉 깨문 입술에서 피가 터져나온다.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이도, 어떤 것도 이제 다 필요없다.
 웃고 떠들고, 슬퍼하고 울고, 그런 것들이 모두 다 아무것도 아니게 된듯하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원망하는 것들도,
 모두 다 아무것도 아니게 된 듯하다. 
 
 내 스스로조차 사랑하지 못하는데
 어느 누굴 사랑하고, 어느 누가 사랑해줄까.

 아 가여워라. 
 





 +)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잠그지도 않고,
 거실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다.
 내가 이렇게 자고 있어도,
 내 몸 위로 담요하나 덮어줄 이 없구나.
 하숙생이라도 들여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누릴꺼야   11.09.28

가슴이 미어지네요 ... 눈물이 날라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