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궁금하다.
왜 나는 나를 자각하고 살아야 하는가. 왜 실타래를 풀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왜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야 하는가. 왜 나를 놓고 살면 안되는가. 왜 이런 기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쳐야 하나. 하나같이 부담스러운 질문들뿐이다. 그냥 이대로 살면 안되나? 그냥 다 놓아버리고 이렇게 되는대로 살아가면 잘못된 건가.
목발을 끌고 다니니 남들 눈치를 더 보게 된다. 내가 더 작아진다. 난 항상 나의 잘못된 점을 찾아낸다. 일부로는 아니지만 습관적이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기. 힘들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한순간에 미워지고 싫어지고. 사춘기 소녀같다. 난 그 여자랑 소통하는 방법을 도통 모르겠다. 이게 문젠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랑 대화할 수가 없다. 나 자신에게 조차 나를 온전히 보여줄 수가 없다. 두려워서 더는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가 없다. 그 여자는 병원에서 이제 다 터놓고 살자고 했다. 난 겸연쩍게 웃었다. 이제 와서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나는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어쩌면 당신보다 내 마음이 더 단단한 거 같다. 좋다, 싫다라는 말 조차 쉽게 내뱉지 못하는, 나는 멍청이로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