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1997이란.
7살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일 년 전.
그리고
내 기억 속,
처음
성추행 당한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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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2층에서 떨어져 다친 나이.
엄마에게 스쿨버스 타냐고 물었더니
'걸어다녀'라는 말을 듣고 상심했던 나이
동생을 괴롭히는 동네 꼬마들을 혼내줬던 나이
옆집 친구와 차 뒤에 숨어 오줌을 싸는데
그 친구 오빠가 보인다고 놀려서 창피했던 나이
하교 길에 지나오는 집들에서 전파를 느끼며
'아 저 집 지금 TV 켰구나' 생각하던 나이
동네 농구 코트에서 생판 처음 보는 친구와 친해졌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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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내가 8살이던 해.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입학식을 했던 나이.
반에서 가장 키가 커서
맨 뒤에 섰던 나이.
운동장에 서서 엄정화의 festival에 맞춰 춤을 췄던 나이.
친구가 산 미미인형과 세탁기가 참 부러웠던 나이
친구가 모았다는 '만 원'이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던 나이
하루 용돈이 600원이었던 나이
가지고 있던 돈을 차비로 다 썼는데, 학교에 리듬악기를 두고 온 것이
생각나 엄마에게 혼날까봐 학교까지 다시 걸어갔던 나이
OO초등학교 연두다람쥐반이었던 나이
1학년 담임 선생님 이름에 '옥'자가 들어갔던 나이
이모네 집에서 같이 살았던 나이
땅거미가 정말로 '거미'인 줄 알았던 나이
이모가 노란색 염색약 발라주고 '삼십분만 놀다와'라고 했는데
두 시간도 넘게 있어서 머리가 샛노래졌던 나이
그 염색약 암모니아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친구집에 놀러갔던 나이
버스비가 100원이었던 나이
버스 탈 줄 모르는 친구들 데리고 학교 다녔던 나이
엄마를 졸라 겨우 사줬던 인형 요술봉을 잃어버리고야 만 나이
그리고
두 번째로 성폭행 당한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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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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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지 않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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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지금.
행복하기도 하고
행복하지도 않은 나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마음껏 좋아하고 있지 못한 나이.
엄마가 미워 엄마와 거리를 두고 있는 나이.
아빠를 아빠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한 나이.
동생이 불쌍한 나이.
내 자신이 불쌍한 나이.
하지만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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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이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