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짜증을 넘어 이것은 분노다.
지난 주에 등록금 때문에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아버지는 조만간 연락을 주겠다고 했었다.
엄마와 나는 이번에는 과연 아버지가
약속을 지킬 지 안 지킬 지 내기를 해보자고 했다.
'조만간'이라고 했기에
일주일을 기다려보기로 하고
오늘까지 연락을 준다, 에 내가 걸고
연락을 안 준다, 에 엄마가 걸었다.
만 원 내기였다.
그런데 결국 오늘 연락이 안 왔다.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만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연락이 안 왔다고.
나도 가볍게 아버지에 대한 욕을 하면서
엄마가 한 번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엄마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얼마간 대답이 없었다.
내가 다그치자
자신은 전화를 하기가 싫다고 했다.
내가 그래도 한 번 해보라고 하니까
또 다시 나보고 하라 그랬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히 일요일 아침에 나한테 그 자식한테 전화하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엄마를 믿어보기로 했었다.
나한테 상처주는 말 안 하겠다는 그 말을.
그런데 이렇게 버젓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딸을 성폭행한 놈한테 그 피해자인 내가
연락을 하란다.
미쳤다.
나는 정말 이럴 면
창자가 들 끓는다.
그리고 속으로는 엄마 욕을 막 한다.
미친년이라고.
생각이 똑바로 박히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어쩜 저렇게 어릴 수가 있을까.
저 정도면 미친 거다.
엄마도 아니다.
엄마라고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둘 다 미쳤다.
그 자식이고 엄마고.
하긴 둘 다 미쳤으니 버젓이 집 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지.
둘 중 하나만 제대로 됐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
그 놈이 제대로 됐었다면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테고
엄마가 제대로 됐다면 진즉에 이혼하든지 처벌을 하든지 했겠지.
둘 다 모자란 년놈들이다.
뼛속까지 썩었어.
나만 그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다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사는 게 고통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수시로 원초적인 분노를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가?
내가 언제까지 이걸 견딜 수 있을까?
어떻게 나한테 전화를 하라고 할 수가 있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제정신인 거야?
아니야 그건 제정신이 아니야.
미친 거라니까.
완전히.
엄마도 뭐도 아니고
그냥 둘 다 범죄자랑 범죄 방치자야.
왜 나는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지?
엄마한테 뭔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의지가 되고
믿음이 가야 하는데
결국 내가 내 마음을 이야기해봤자
내리게 되는 결론은
'내가 알아서 하는 게 제일이다'야.
이게 무슨 부모야.
왜 결혼한 거지?
왜 섹스를 하고 왜 애를 낳은 거야?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으면 콘돔을 써서 피임이나 제대로 하든가.
딸치려고 딸 낳았니?
아 씨발 미친새끼.
화난다.
다 죽여버리고 싶다.
사실 다 죽어야 맞는 거다.
나한테 이딴 짓을 하고
이딴 고통을 나한테 안겨주고
자기는 편하게 잘 살아가?
엄마 너도 마찬가지야.
나한테 그런 고통을 안겨주고는 지금 침대에 누워 잠이 오니?
둘 다 정상이 아니야.
이건 정상이라고 볼 수가 없어.
그리고 내가 가장 억울한 건
너네 때문에 내가 느끼는
내가 비정상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이 지독한 이질감과 외로움.
고통.
.
.
지독하다, 진짜.
완전히 망쳐놨다.
잘났다 이 새끼야.
넌 내가 죽여버릴 거야.
뒤졌어.
둘 다 내가 벌 줄 거야.
그 놈은 근친상간 죄로 집어 넣을 거고
엄마는 그런 상황을 알고서도 신고하지 않은 죄로 고소할 거야.
둘 다 나빠.
둘 다 나쁘다고.
이렇게 글로 써도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아.
어서 심리 치료 받고 싶다.
가서 욕도 하고 울어보고 싶다.
아 진짜
아니면 그냥 죽어버리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