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무서울까 │ troi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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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가 맞는 건데 내가 옳은건데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이야기하기가 너무나 무섭다. . .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면 몸이 서늘하게 식는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방이 따뜻하든 춥든 공포에 맞닥뜨리면 갑자기 추워진다. 손과 발이 떨리고 무릎이 떨리고 이와 입술이 떨린다. 무서워한다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 멈추고 싶지만 내 뜻대로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옷만 걸친 채 그의 앞에 서 있는다. 두 발은 땅에 붙인 채 머리 속으로만 열심히 도망을 치며. . . 지금도 그와 통화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단호하게 이야기하려 하거나 그가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를 내면 나는 몸이 식어오고 몸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와 만나 그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면서 내 주장을 하고 있으면 떨지 않으려 손을 깍지를 끼고 다리를 꼬지만 나는 여지없이 몸이 떨리고 만다. . . 두렵다. 무섭다. 공포다. . . 이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고 그에게 화를 내고 싶다. 그를 이기고 싶다. 어떻게 하면 그를 이길 수 있을까. . . 몇 년 전 보았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자신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는 덕만에게 미실은 이야기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도망치든가, 분노하든가.' . . 영화 '타워'에서 너무 위험하니 발화점을 포기하라는 말에 설경구는 대답한다. '발화점을 포기하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 . 발화점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 평생 잔불을 끄며 살고 싶지도 않다.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 지언정 나는 발화점을 반드시 잡고 갈 것이다. 도망치지 않는다. 분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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