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게   trois.
  hit : 3196 , 2013-02-24 10:16 (일)




오랜만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밤이 지나갔다.

약 1년 전 쯤에 느꼈던
'살아 있음'에 대한 회의가
다시금 찾아오려는 건가-

스마트폰에
'죽는 방법'을 검색해보았다.
아직 완전히 죽고 싶지는 않은 것인지
'고통 없이 죽는 법'을
찾고 있었다.

질소,
백합,
연탄 가스,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듯 했다.

내가 아무리 죽고 싶다 한들
동물의 생존 본능은
반드시 죽음의 직전에
'살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후회가 싫다.
후회하는데 그것을 바꿀 여지가 없는 것은
더더욱 싫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기에
최대한 후회가 없도록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죽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생존 본능은
그러한 나의 노력을 뛰어넘어
'삶의 욕망'을 나에게 던져줄 지도 모르며
죽음의 순간에
'아 괜히 죽었다'
라고 생각하며 죽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자존심 상하는 죽음이다.


그래서 나는 자는 듯이
내 선택에 대한 후회 없이
그렇게 가고 싶다.
질소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무슨 백합을 방 안에 빈틈 없이 채운다는 건
비현실적인 것 같고.
수면제도 100알을 삼키는 도중에
'내가 이게 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
.


모르겠다.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지
도무지 모르겠는 순간이 온다.

어제는 엄마가
돈 벌기 싫다고
동생을 그 자식에게 보내버리고
자신은 원룸을 얻어서 나가야겠다고.
자신도 이제 노후대책을 해야겠다며
벌러덩 드러누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몰라 몰라 일하기 싫어'
라면서. 나는 동생을 봐서라도 1년만 더 여기에 있자고 했다.
동생이 성인이 되면 자기 앞가림하라고 하라고.
1년만 더 있자고.
엄마는 자기도 힘들다면서 바닥을 뒹구는데
나는 그 모습을 넋이 나가서 보고 있었다.

그래, 힘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렇게 굴러다니고 있는 게
정말 쉰 살 먹은 나의 엄마란 게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도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나는 위로할 수 없었다.
단지 화가 났다.
이게 나의 그릇인가보다.


.
.



나는 이야기했다.
그 자식에게 보내봤자
얼마 있지도 못 할 거라고.
내가 어떻게 할 지 모른다고.
엄마가 하는 말.

'지랄하네, 쟤 대학이나 가거든 그렇게 해.'

한 대 치고 싶었다.
'저건 엄마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
.



신입생 OT에 다녀와서
오래간만에 사람들도 만나고
다시금 즐겁게 살자며
이제는 조금 숨통이 트이고
행복한 일상을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음이 편해졌는데

엄마가 또 내 가슴에 비수를 박았다.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되냐고.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잖아.
학교도 다니고, 너 하고 싶은 거 다하는데 나는 왜 백날천날 일만 하면서
애 키워야 되는데. 왜.'

나는 어이가 없어서 이야기했다.

'딸이 자기 등록금, 기숙사비, 생활비 다 벌어서 혼자 하고 있으면
잘한다, 자랑스럽다, 그렇게 여겨야하는 거 아니야?'

'자랑스럽지. 자랑스러운데 나 같으면 학교 미루고 몇 년 벌어다 주고 하겠다.'


.
.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생각한다.
내가 정말 이기적인 걸까?
정말 지금 학교를 가면 안 되는 걸까?
벌어서 엄마를 줘야하는 걸까?


겨우 복학하게 됐는데,
마음이 복잡해졌다.


생각 같아서는 엄마에게도 화를 내고 싶다.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고 그러냐고.
자기 남편한테 성폭행 당했는데
제대로 조치를 취해주긴 했냐고.
그냥 다시 붙어서 알콩달콩 산 주제에.
사람들한테 다 까발릴 거라고.
니네가 그딴 부모였다는 거
온천하에 다 알릴 거라고.


그런데 솔직히 엄마는 그렇게까지 상처주고 싶지는 않다.
그냥 화를 내고 싶다.
그런데 엄마는 내 말은 안 듣고
벌러덩 드러누워 버리거나
등을 돌리고는 '몰라 몰라 몰라'를 반복하기 일쑤여서
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 것도 같고.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찔러버리면
감당하지 못하고 사실을 부정해버릴까봐
그러면 아무도 증언해줄 사람이 없다.
그러면 나의 삶을 증명해줄 사람이
없어져버린다.
나는 그게 두렵다.




.
.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친구들에게도 털어놓기로 마음 먹었는데
'털어놓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라면서 재고 판단하다 보니
오히려 전보다 쉽게 다가갈 수가 없다.

외롭다.

그리고 생각보다
편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인간관계를 맺은 건지
아니면 이 자체가 그저 말하기 힘든 일인 건지.



.
.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걸까.
나는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모두 다 잊고
그저 살아가기는 싫다.
껍데기 뿐인 삶.



.
.


모르겠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분명한 건,
다시 한 번 더 깊게 침체할 것이고
이번에는 훨씬 더 깊고 강할 것이라는 점.




.
.


망할 새끼
나한테 이딴 똥을 주다니
죽이고 싶다, 정말.

HR-career  13.02.24 이글의 답글달기

항상 느끼는 거지만 타인을 고통을 보고 이래서는 안되는 거지만,
저는 진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네요. 항상 피해의식이 있었고 세상에서
자기 손톱밑의 가시가 가장 아프다지만, 진짜 부모님이 너무나 상식밖의
상식밖이라 너무나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인터넷으로 글을 달아봤자 힘내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하나양의 글에서 행복함이 뚝뚝 떨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이것또한 지나갈거에요..

 13.03.02 이글의 답글달기

기댈곳이 없어보이네요 정말
하루빨리 자립하세요 환경이 너무 좋지 못한거같아요.
어줍짢은 위로같은건 도움도안될 것같아 끄적인 댓글인데,
언짢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쪼록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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