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나 │ quatr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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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동안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부터일 것이다. 사실 일을 그만두기 전부터도, 꼭 바로 갈아탈 수 있게 일을 구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잠시 쉬고 싶기도 한, 안일한 생각도 들고, 또 우연치 않게 수입이 생겨서 좀 방심했던 것 같다. 1주일에 벌 돈을 하루 만에 벌었으니, 잠시 쉬어도 되겠지, 하고. 하지만 애초에 내가 바로 일을 갈아타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돈 때문이 아니었다. 나 자신의 문제였다. 집에서 나와 있는 지금, 고소가 진행 중인 지금, 꼭 몸을 움직이고 집중할 만한 일이 있어야만 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괜찮지 않은 것이었다. 1월 1일은 괜찮았다. 그 날은 어차피 쉬는 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다음 날부터 집에만 있으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교회도 나가고, 친구네 가족들이랑 바깥에도 나갔지만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다. 거기에 친구가 금식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서, 내 기분은 덩달아 더 안 좋아졌다. 온갖 것들에 대한 불평불만이 쌓여갔다. 집이 너무 건조한 것도 싫었고,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화장을 하면서 내 피부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도 싫었다. 우리집에 비해 너무 어지러운 집도 싫었고, 거실에서 생활하면서 식구들의 움직임 때문에 새벽에 자꾸 깨는 것이 싫었다. 신앙심도 없는데 교회에 나가야 하는 게 싫었고, 부모에게 버릇없게 굴고 징징대는 친구가 꼴보기 싫었다. 정말 싫었다. 나랑 있을 땐 어른스러운 친구인 줄 알았는데, 막내딸이라 그런지, 부모님이랑 있을 땐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고, 뭐 사달라고 징징대기만 했다. 가족들이 하루 종일 뭘 먹어대는 것도 보기 싫었다. 공부하는 언니는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수시로 과자를 먹어대고, 밤만 되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돼지처럼 이것저것을 먹어댔다. 혐오스러웠다. 물건은 뭐가 또 이렇게 많은 지, 정리가 하나도 돼 있지 않았고, 냉장고에는 새로운 반찬 하나 들어갈 공간도 없었다. 너무 싫었다. . .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것이 싫은 게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이 꼴보기 싫었다. 이건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예민하구나-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집이다. 내가 살던 집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 다름은 처음에도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땐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들이 싫어지는 걸 보면,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왜 안 좋지? 생리할 때가 됐나. 아닌데, 한 일주일 남았는데-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는 건가, 몸이? . . 얼른 일을 구해서 일을 해야겠다. 일을 시작해야 생활에 중심이 잡히지. 일을 못 구해 놓으면 계속 일 구할 때까지 스케쥴을 못 잡으니까- . . 오늘은 휴가 나온 친구랑 놀기로 했고, 월요일에는 하루짜리 아르바이트 하러 가고, 다음 주 화요일에는 친구랑 영화보고 순대국 먹으러 가기로 했다. 어바웃 타임 봐야지:) 다다음 주에는 일주일 정도 지방에 내려간다. 너무 놀지 맙시다, 하나양. 자기 자신을 알아야지요. 나는 쉬기'만' 해서는 안 되는 아이잖아요. 뭐, 기분이 안 좋아져도 상관 없다면야, 알아서 하는 거겠지만. 어쨌든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면, 계속 움직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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