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나의 힘   2014년
  hit : 3405 , 2014-04-12 01:48 (토)
술은 제법 마셨으되,  명징한 이 느낌을 기록해두고 싶다.
 KT 퇴사일 2014년 4월 11일,  입사일 1992년 2월 18일. 

사표를 냈다. 
22년간 다녔던 회사므로 눈시울이 붉어질듯도 한데 의외로 담담하다.
퇴직신청서,  보안각서, 업무인수인계서등 18장의 서류를 기계적으로 작성했다.

22년전 세상이 두려웠던 청년은 이제 중년이 되었으나, 
오히려 날것의 세상으로 나온 이 생생한 느낌이 좋다.

동료들은 이른 퇴사를 의아해했으나,  난 내가 이 소조직의 베스트라는게 싫다.
더구나 구조조정이라고 특별명퇴금까지 얹어주니 안나갈 이유가 없다.

대기업의 명함이 아니라, 오로지 이름 석자로 내 존재를 증명하고싶고
내가 속한 조직(패거리)이 아니라,  내몸안의 힘으로 세상과 싸우고 싶다.


지난 22년을 돌이켜보면, 
난 치열하게 살았으되, 목표가 없었다.
마음은 공허했고, 제길 가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로 가득했으며, 단 한번도 나를 사랑해주지 못했다.


난 이제 기형도를 내 방식대로 온전히 이해한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는 나의 힘, 일부 - 
                                           

엄살을 조금 보탠다면,  자식을 굶길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다.


그러나, 
이제 
공포는 나의 힘이다.












정은빈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응원합니다!

속물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꼭 공장굴뚝에서 많은 연기가 나게 하세요. 제가 공부하는 이곳엔 오래 공부하신듯한 어르신들이 많아요. 누구하나 절박한 사연 없는분 없을꺼 같은데, 촛점이 사라진 흐린눈들은 제게 두려움을 줍니다. 처음엔 그들의 눈도 총총했겠죠? 내 눈도 닮아가고 있지 않을까 해서요..

억지웃음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고은 시인의 '노'라는 시 입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방황하던 찰나에 제 정신줄을 잡아준 고마운 시입니다.
짧막한 한 줄이지만 해오던 일을 중단하게 된다거나, 혹은 방황한다거나
그런 것들이 결코 부정적인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깊은 한마디입니다.
더 많은 것들을 보시고, 느끼시고, 배우시며 블루님만의 멋진 인생을 보여주세요~!!
저는 도리어 박수를 드리고 싶네요. 항상 파이팅입니다!

행복할래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응원합니다! 블루님의 앞길에 축복 있기를!!

HR-career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블루형님...
저 또한 공포는 나의 힘입니다.
형님은 처자식을 굶길지 모른다는 공포이지만,

저는 처자식을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색다른 공포이겠지요.
물론 형님 공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이도 33살이나 먹고,
맨날 빌딩에서 낙하하는 꿈을 꿉니다.

우리 화이팅해요 !!

그리고, 저보고 구체적이라고 하셨는데...
그 공포감이 디테일과 구체적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주더군요.

위기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고 하니,
잘 활용해보자구요 !!

HR-career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도망쳐 달아난 곳에 낙원은 없다네요. 친구가 어디서 듣고 해준말..

HR-career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전 형님이 겪고 제 아버지가 겪었든, 대기업의 속성상 필요하면 취하고 필요없으면 버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 세태이므로 전 저만의 무기를 가지기 전에는 발을 딛기가 두려워 아직까지 이러고 있네요. 공포감은 직면하면 그 뿐이고 사람은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형님 힘내세요 !!

프러시안블루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고마우이~
리프레시 휴직중 다른 회사를 다닌게 큰 힘이 됐어.
월요일 아침, 출근할 곳이 있으니까.
조그만 회사의 부사장.
올해 회사를 기업교육 사업쪽으로 진출시킬려구.
회사 키워놓을테니 몇년후 우리 회사로 오게.

HR-career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와. 부사장님...제가 블루 형님 부끄럽지 않게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말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마당쇠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저 또한 어제 술을 마시면서 무척이나 괴롭고 마음이 심란했어요.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래요. 현 상황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이예요.. 너무나 괴롭네요

프러시안블루  14.04.12 이글의 답글달기

식아.
니가 괴로울게 뭐있니.
넌 젊으니 이 어려운 시절이 지나고나면
니들 시대가 열릴거야.
중간관리자이긴 했지만 회사를 어렵게만든 책임이 나한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책임 지는거구.
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 그만 둔거니까 너무 아쉬어 말렴

manigod  14.04.13 이글의 답글달기

우와... 멋잇어요!!!!! 그리고 잘되길 축복을 빌겟습니당
율다에 오래 잇으니까 다들 나이도 그렇고 ㅋ 어떻게든 변해가는 게 느껴지네요...
앞으로 바쁘시겟지만 차차 좋은 일이 생길때 글 올려주세요 ~

리써니  14.04.16 이글의 답글달기

팀장님과 스치는 인연은 없었지만 멋진강의에 감동을 받고 ... 울트라다이어리를 알게되었습니다.
앞으로 승승장구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누가 말하길 " 인생은 모르는겨~~ " 앞으로 항상 응원합니다.

프러시안블루  14.04.17 이글의 답글달기

감동이네요.
엄청 큰 힘을 받았습니다.

까막군  14.04.29 이글의 답글달기

청춘에 잃을게 없는 저도 얻지 못할 게 두려워 선뜻 못 내딛는 걸음을 잃지 않기위해 내딛으시네요. 멋지십니다.
역시 사람은 지켜야 할 것이 있어야 강해지나봅니다. 그것이 가족이건, 꿈이건, 자신이건.

두얼굴  14.04.29 이글의 답글달기

저도 용기내고싶어요.. 그 힘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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