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나의 힘 │ 2014년 | |||
|
술은 제법 마셨으되, 명징한 이 느낌을 기록해두고 싶다. KT 퇴사일 2014년 4월 11일, 입사일 1992년 2월 18일. 사표를 냈다. 22년간 다녔던 회사므로 눈시울이 붉어질듯도 한데 의외로 담담하다. 퇴직신청서, 보안각서, 업무인수인계서등 18장의 서류를 기계적으로 작성했다. 22년전 세상이 두려웠던 청년은 이제 중년이 되었으나, 오히려 날것의 세상으로 나온 이 생생한 느낌이 좋다. 동료들은 이른 퇴사를 의아해했으나, 난 내가 이 소조직의 베스트라는게 싫다. 더구나 구조조정이라고 특별명퇴금까지 얹어주니 안나갈 이유가 없다. 대기업의 명함이 아니라, 오로지 이름 석자로 내 존재를 증명하고싶고 내가 속한 조직(패거리)이 아니라, 내몸안의 힘으로 세상과 싸우고 싶다. 지난 22년을 돌이켜보면, 난 치열하게 살았으되, 목표가 없었다. 마음은 공허했고, 제길 가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로 가득했으며, 단 한번도 나를 사랑해주지 못했다. 난 이제 기형도를 내 방식대로 온전히 이해한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는 나의 힘, 일부 - 엄살을 조금 보탠다면, 처자식을 굶길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다. 그러나, 이제 공포는 나의 힘이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