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에 대하여.   합니다.
  hit : 2189 , 2014-10-17 00:24 (금)



그가 나를 만난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한참 형님으로 모셔 마땅한 분이 인턴으로 내 회사에 들어오셨다.
뭐든지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다 하신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걸까.



믿어도 될까.


최악의 경우에도 내겐 '배움'이 남는다. 믿자.


6개월이 지났고, 
이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주 조금.



그 동안 많이도 싸웠다.
처음에는 내가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면 당황해하셨다.
불가능해 보이는 계획을 제시해도 역시 당황해하셨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내 생각에 코드를 맞춰주고 계셨다.


돌아보니 우리는 어느정도 코드가 맞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나는 그의 마음을 거의 헤아리지 못한다.


한참 아래의 동생을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믿고 따라야 하는 사람의 마음이란.
경험이 너무 적어 자꾸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대표를 보는 직원의 마음이란.
오늘 아침 내린 결정을, 퇴근하기 직전 뒤집는 대표의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의 마음이란,
처자식과 노부모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마당에 작은 회사에서 인턴을 해야하는 가장의 마음이란,
.
.


예상치 못 했던 난관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대표를 보고 있는 직원의 마음이란,
밥을 굶고 잠을 줄여가며 몸이 야위는지도 모르는 채 일을하는 동생을 보고 있는 형의 마음이란,
회사 안팍에서 시달리고 기가 죽어있는 사회 초년생을 보고 있는 베테랑 사업가의 마음이란,
.
.


알 길이 없다.




어제, 여러 난관으로 지쳐있던 그의 모습과
오늘, 일이 잘 풀려서 들뜬 그의 모습이 대비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그저 더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
건너 뛸 수 없는 과정들이라면, 누구보다 더 빠르게 부지런히 겪어낼 수밖에.




가까이서 보면 우연이고, 멀리서 보면 필연이다.
이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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