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다...진짜...   2015
  hit : 2571 , 2015-03-03 22:40 (화)
남동생이 하나 있다.
나보다 먼저 결혼을 했고,
동생내외는 맞벌이를 한다.

이제 초등학생 3학년 되는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우리 어머니가 거의 다 챙겨준다.
 
오전에 동생집에 가서 손녀딸
학교 갔다 오면 먹일거 챙기고, 
밥 먹이면 학원 데려다 주고
학원 갔다오면, 간식 챙겼다가 
며느리가 일을 하는 곳에 
손녀딸 데려다 주고는
다시 우리 집에 오시는거다.
(그 시각이 대충 오후 4시~5시쯤이다.)

그래...이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실은 이 며느리가, (나한테는 제수씨)
아이를 낳고 애 돌 지나자 마자
직장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건,
시어머니인, 우리 엄니 덕분이다.

아들내외가 아침 7시 반이면
모두 출근을 해야 했기에,
울 엄니가 매일 아침 7시 전까지 
아들네 집에 출근하듯이 갔고,
그 집에서 하루종일,
청소며 밥, 반찬이며
온갖 살림살이를 다 해줬고,
동시에 아기인 조카를 하루종일 봐줬다. 
(그냥 단순히 아이를 보는게 아니라, 
엄니가 과거에 교사일을 했어서 
혼자서 유아교육까지 했다...)
 
그렇게 며느리든 아들래미든 
퇴근해서 다시 올 때까지 있다가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오셨는데...
그 시간이 대개 밤 10시쯤이었다.
그리고 또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그 집으로 가고...

아침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평균 15시간정도의 수고로 
아들내외는 엄니한테 
한달에 100만원정도 돈을 드렸다.
(이 금액의 객관적인 의미는 나중에...)
이런 생활을 조카가 
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무려 10년을 해왔다.

난 솔직히,
할머니가 손녀딸을 
거의 다 키웠다 생각한다.

그 와중에,
며느리는 대학원을 등록해서
학교까지 다닐 수 있었다.

주부가 학교를 다니는걸 뭐라는게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의 절차에 대해
아무런 의논이나 양해같은게 없었다는게 문제다.

위에 말한 금액을 
엄니에게 매달 지급했다는걸
왜 적시해놨냐면 바로 이 부분때문이다.
마치 '일하는 사람' 취급하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별로 어려워하지 않고,
그다지 고맙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
(언젠가는 아이문제때문에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말하다가
'저도, 아이 키우느라 힘들었다'고 말한걸
들었다...ㅠ)

그렇지 않고서야,
본인들의 스케줄에 따라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는 시어머니께
그렇게 일방적으로 결정짓고 통보할 수 있나.

심지어, 통보라도 하루나 이틀 
미리 알려주는것도 아니다.

당일날 알려 주거나,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걸어
'내일 뭐 특별한 일 없지?'라고 물으면
그제서야 말을 해준다.

오늘 같은 경우도,
저녁에 엄니가 아버지랑
성당에 모임이 있는 날인데,
오후에 손주딸 학교수업마치고
피아노 학원끝나서 며느리가 일하는 곳에
데려다 주고 성당가면 되는데...
틱, 전화가 온거다.

'어머님, 저 오늘부터 
대학원 수업 가야해서요.
이따 아범이 일찍 집에 온답니다'

그게 오늘 오후 2시였다.

일찍 온다는 아들래미 
밤 8시넘어 온 거 보고 
10시넘어 집으로 돌아오셨다.

난 진심으로 느낀다.

차승원 마누라 말고도,
이번 생에 본인이 치룬 것보다
더 많은 걸 '누리고 사는 사람'들...
진짜 많다는 걸....

아, 화나고 아프고... 
속상하다....


向月  15.03.04 이글의 답글달기

동생분에게 말씀을 한번 해보심이 어떨까 싶어요.
제가 보기엔, 동생분이나 재수씨나 똑같아보이지만........ (와이프가 그런다면, 보통 좀, 본인 어머니께 더 잘 하던가, 말 한마디라도 예쁘게 할텐데;)
중재를 잘 하셔야겠어요.

토닥토닥. 어머님 잘 챙겨드리세요 ^^

무아덕회  15.03.04 이글의 답글달기

맞아요. 둘 다 똑같아요. ㅡ..ㅡ 제 스탠스가, 거드는 시누이 같은 느낌이라, 제가 입을 한번 떼면 완전 끝까지 가게 되는 날이라...함부로 입을 못 열고 있지요....ㅡ.ㅡ;;

알고보니순맹탕  15.03.04 이글의 답글달기

글쎄요...어머니를 설마 용돈100만원드린다고 일하는사람 취급했겠으려나..싶어요. 단편만보고 알수 없지요. 어머니가 딱히 며느리 욕이나 흉을 보지 않는다면요... 나름의 생활을 잘 꾸리고 있다고 보시면됩니다.~ 동생내외도 자식 키우는 부모인데 부모한테 고마운 마음없으려고요. 자식으로서 부모님 고생하는 데 속상한 마음이야 말할수 없겠지만요. 옛날처럼 다가족이었으면, 삼촌이 보고 고모가 보고, 형제들이 보고 했겠지만, 지금은 육아라는 것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그것도... 맞벌이부부는 결국 친할머니든 외할머니든 맡겨지니. 그나마 어린이집을 보내는 불안함보다는 훨씬 나은 거고, 핵가족이 더불어 살아가고 노인이라 우대받고 사셔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마음도 있겠지만 정작 부모님도 자식새끼들한테 도움 되는것에 위안을 얻으시는 부분도 있으실거라 생각해요. 용돈드리는 개념이라도 순간...사람인지라 나 힘들고 귀찮으면 그런 생각들었을 수도 있겠죠...그치만, 너무 염려마시고, 동생 분한테 그냥 형으로써 걱정되는 부분을 좀 말해보셔서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조언해주시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아무리 며느리가 대학원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것이지만, 그렇다고 비싼 수업료까지 내는 상황에서 죄송함과 최책감을 가지고 수업을 빠지면 이도 저도 안되는 거라 독하게 어찌 보면 모질게 보여질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아덕회  15.03.04 이글의 답글달기

자식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대단히 원론적인 글인데,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아니라, 개별적인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촉구하는 글이라는 점을 놓치시는 것 같네요. 암튼, 답글 고맙습니다.

에헿헿  15.03.04 이글의 답글달기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 부모와 자식의 인생을 따로 분리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자기 밥벌이까지 하는 다 큰 자식 뒷바라지를 단돈 100만원 벌려고, 또는 그 일 자체가 좋아서 하는 부모는 거의 없을 텐데 말이죠.. 다들 자식 인생 잘 되라고, 도와주려고 하시겠지요.. 하지만 부모님 역시 자기만의 인생이 있으신 분들이잖아요. 젊은 시절 자식들에게 얽매여 충분히 희생했으니 이제는 당신들만의 삶을 찾아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더 늦기 전에 아셔야하지 않을까요..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어머니의 시간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동생내외분들도 깨달으셔야 할 것 같구요.. 혹시나 이걸 두고 매정하다 원망하시면 동생내외분들이 자기 자식을 10년간 다른 사람 손에 맡긴 것은 부모로서 더 매정한 처사였다고 받아칠 수도 있겠죠. 일단 고생하신 어머님 속마음 잘 들어보시고 더 좋은 변화 만드시길 진심으로 바라요..!^^

무아덕회  15.03.05 이글의 답글달기

제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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