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두편 찍음   가끔은나도일기를쓴다
  hit : 2080 , 2015-05-15 00:04 (금)

그림수업중에 애들마다 주어지는 1명씩 A4사이즈의 일지를 가득 채워야한다는건 너무 힘든 일이다.


어제는 수업중에 들어와서 그림 이 안 예쁘다고 화를내더니

일지를 꺼내들고 채우지도 못한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나보고 같이 못하겠다고 했다.

출근부터 시작해서 단 일분도 쉬지도 못하고 수업준비 할 시간도 없이

30분 마다 애들이 수업한다고 들어오는데, 애들 특성에 따라 술술 써지는 애가 있고

그렇지 않고 시종일관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아이도 있고,

그림수업하느라 정신없는데 그걸 쓰고있으면 애들이 그림이 난리가 난다.

시종일관 '선생님 선생님' 아이들은 나를 찾기 때문에 그것을 쓸 수가 없는 일이 다반사이다.


솔직히 원장님이 아이 그림에 대한 글 작성해야되는 일을 맡고 있는데

그걸 우리가 메모정도는 할 수 있어도 자세한 텔링내용은 우리가 다 쓰기란 힘들다.

본인의 일을 우리한테 다 떠 넘긴것과 같다.

그런데 그걸 그렇게 가득채우지 않으면 원장님이 너무 화를낸다. 

시간맞춰서 보내랴, 일지쓰랴, 아무그림이나 그리는것도 아니고

그림들의 이야기 개연성이 맞아야 하니 그것도 이야기 물어보면서 그림지도해야하고..

정말 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가끔 애들 수업없는시간에는 편집본도 만들어야하고..

나만 이런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이렇게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원장님이 실수로 내뱉은 말 때문에 무료수업은 10명정도나 되며,

정작 해야할 일의 순서를 무시하고 전혀 필요없는 편집 일을 시키느라 밤12시까지 집에 못간적도 있고,

늘 집에와서 쓸데없는 일때문에 소비했던 시간을 채우려고

일을 집에 가져와서 나머지 못한 일들을 하기도 했다.

편집료도 주기로 해놓고 돈없어서 못준다고 절반만 받은상태다.


정말..그러한데....

일 안하고 놀고있다가 혼나면 이해라도 가고 반성이라도 할 수있지만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들어와서 한바탕 폭풍내리치듯이 악써가면서 소리지르고

"이런식이면 선생님이랑 같이 못하겠어요!" 라는 말도 막 내뱉고 ...

우는모습 보이는것도 싫어서 울음을 참다가 결국 울었다.

평소같았으면 죄송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라는식의 반성의 말을 꺼냈지만

이번만큼은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참지 않고 답답했던 마음 꺼내서 정말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는것들과

상식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것들에 대해 내 할말을 했다.

그랬더니 아무말 못하는 원장님...


아니 4일이 월급인데 미루고 미루다가 

3등분 해서 띄엄띄엄 주다가, 결국 봉투에 만원짜리로 채워서 주질 않나..]

그 때문에 학자금 대출 이자 연체 문자도 날라올때면 정말로 우울하다..

이게 내가 4년제 대학교를 나와서 회사 못들어갔다고 받는 대우가 이정도인가.

스스로 비참해서 우울할때도 있었지만 일할땐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내가 일을 못한것도 아니고 다른 선생님들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내가 그렇게 혼나고 있는동안에 어쩔줄 몰라 하시다가

혼나고 있는 교실로 들어와서는 대변을 해주셨다.

그러다가 결국 퇴근시간이 3시간을 지날동안 혼나다가 회의로 끝이 났고,

퇴근전까지 난 울분을 참지 못해 얼굴에 울음 가득한 얼굴로 퇴근을 하려는데

원장이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밑에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에 안드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원장이라는 이름으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없는 이유 만들어 내며 일방적으로 화를 내는건.

어른으로서의, 상사로서의 모습..이 아닌것 같다.


(엄마들이 돈을 안내고 잠수를 타거나,  자신이 말실수를 해서 무료수업을 하게 되었다던지.

이건 내가 잘못한 일인가? 원장님이 상담을 못하겠다고 잠수를 타고 연락두절인 경우도 다반사인데,

왠만한 모든 잘못은 우리탓으로 돌린다. 왜 때문에?? ) 



원장님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는 또 울 것같아서 얼굴도 보지 않고 뒤돌아 나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왜 내가 모든 잘못의 혼남을 받아야 하는가.

다 같이 의논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가는 쪽으로 회의를 했으면 될 일 아니었을까?

이런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부르르르 몸이 떨리는걸 제어가 안되었다.

그냥 1층에서 내리자마자 엉엉 울음이 터져버리니

선생님들이 이대로 집에 가지말고 막걸리 한잔 하러가자고 했다.

막걸리집에 도착해서도 울음을 멈출수가 없어서 한참을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 선생님들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그런 속상함을 털어버리기 시작했다.


1차로는 그렇게 눈물을 다 흘려버렸고,

2차부터는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마음이 풀린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대학생때 부어라 마셔라 하듯이

막걸리에 소주에 청하를 비우고 엉망진창으로 취해서 막차로 탄 버스도 3정거장을 지나쳐 내렸다.

3정거장을 걸으며 집으로 오는길에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또 걷는 내내 하소연을 하며 울었다.

오늘 오빠말에 의하면 했던말 또 하고 또 하고...

"그래서 .. 내가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아? 원장님이 ....ㅠㅠㅠㅠㅠ"

"근데 오빠 오늘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아?.. 원장님이 나한테 ..ㅠㅠㅠㅠ"

이런식의 .. 술주정을.. 녹음을 해서 들려주려다가 참았다고 한다. ㅎ


집에와서 그렇게 잠이들고

분명 조용히 집에 들어와서 잤는데 술마신걸 아셨나,

엄마는 북어콩나물국을 끓여놓고 나가셨다. 미안 엄마..

후룩 마시고 출근을 하려니 양 눈이 퉁퉁 부어서 없던 쌍커풀도 생기고,

속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선생님들 덕분에 ...

위로 한살, 두살 언니들인데 막내라 그런지 마음을 잘 헤아려줘서 참 고맙다.

선생님들 다 들 출근하면서 오바이트 하고, 헛개수를 손에 들고 출근을 하신분도 있었다.

원장님은 어제의 일이 쑥쓰러웠는지

어제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억지웃음으로 반기며 일을 했다.

가...가식적이야.

그렇지만 어쨌든 받아들일건 받아드리고 아무래도 일지는 미친듯이 꽉꽉 눌러담아야겠다.

난.. 어쩔 수 없는 을이니까.


오늘 출근을 하고 한참 업무중에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얼마 전 학원 근처에 화재사건이 크게 일어난 이후라서

심장이 벌렁벌렁 뛰면서도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챙겨서

옆학원 선생님들과 다같이 1층까지 계단으로 대피시켰다.

아니. 근데 그건 건물에 어떤 시스템이 오류가 나서 오작동 한 것이라고 ...

천만 다행이었지만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난 후  다시 학원으로 올라와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놀란마음에 급히 챙겨나온 가방에, 선이 주렁주렁 달린 외장하드들이 날 너무 슬프게 한다.

다시 컴퓨터에 외장하드 꽂아서 일을 마무리 지었다.

큰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번주는 시트콤 두 편 찍은 느낌이다.

내일은 휴무니까

마음편히 오빠랑 신혼여행지를 탐색해야지.

에헿헿  15.05.15 이글의 답글달기

고생 많이 하시네요ㅠㅠ 저도 예전에 잠시 사회생활한 적 있는데 초과근무에 업무외 부려먹기에 자기 실수 덮어씌우기에 성희롱에 인격모독 등등을 밥 먹듯이하는 상사들을 만난 게 생각나네요.. 그땐 사회생활 경험이 처음이라 세상에 뭐 이런 미친놈들이 있나싶고 곱씹을 때마다 부들부들 떨리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저 역시 끝나기 전까지는 돈 받는 을이라 꾹꾹 참았어요. 그때의 경험덕분에 사회생활하시는 모든 분들이 별의별 수모를 다 겪으며 돈 번다는 걸 조금이나마 알게되었습니다. 돈 벌기란 생각보다 참 힘든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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