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슬픔 │ 20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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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파트 3층집 거실에 불이 났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된 불은 너무 늦게 발견됐고 거실은 이미 연기가 자욱했다. 어떤 판단을 한 것인지.. 작은 방에서 아기를 꽁꽁싼 엄마는, 다른 방에서 자다 부인과 이기의 방을 더듬거리며 찾아온 기겁한 남편에게 "윤아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어깨와 팔, 다리, 등이 상하면서도 아기를 포옥 감싼 남편은, 여기저기 부딪혀가며 겨우. 베란다 쪽으로 다가갔다.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남자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2층 베란다로 아기를 무사히 보내고 남자도 나왔지만, 부인이 따라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가 다시 올라갔지만..화기가 이미.. 2015년 7월 12일 아침 9시 50분경. 수원에서 난 불로.. 친구가 죽었다. 풋풋한 20살에 알게 되어 지금까지의 인생에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했던 친구는 이렇게 동기들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자신의 몫은 다했으니 나머지는 너희들 몫이라는 듯. 25개월 된 딸과 이제 32살인 남편을 두고 고인이 되었다. 장례식을 가기 전에 난, 니가 나오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없었어 "왜", "왜".."도대체 왜" 수원행 KTX는 너무너무 느렸고, 병원 장례식장에는 니 이름이 걸려 있었어 너는 그런 친구였어. 불의에 분노하고, 주변 사람을 아끼고, 해봐도 아닌 건 쿨하게 넘기는 멋진 아이. 니가 딸을 살린 건 맞지만 니가 없는 윤아는 어쩌라고... 니가 지금 웃고 있을지, 왜 너는 여기 없냐고 그 아이를 두고 어찌 가냐고 억울해할지 알 수가 없어 너는 감히 다른 사람이 하기 힘든 선택을 했지만, 니 마음을 알 수가 없구나..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마다 운다. 아침에 조금, 점심먹으며 조금, 저녁에 사진보며 조금. 니가 갈 때가 아닌데..하는 마음과 니가 이 현실에 마냥 웃지 않고 억울하겠지만,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어디에 마음을 놓아야 할지 나도 몰라서 멍하다 실수하고 그래 이건...겪어보지 못한 슬픔이다. 가족이 죽는 것과는 다른구나..... 아이인 채 부모님과 겹쳐진 인생이 아니라 온전히 내 개인 인생의 페이지에 웃는 얼굴로 새겨진 사람이 이제 없다. 앞으로 동기들이 모일 때 이 아이는 거기에 찍히지 않는다. 내 시간에서 니가 함께 했던 인생은 끝인거다. 아무리 잘 살고 반듯하게 노력하며 살아도 이런 결과라니..이런 결과라니...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주변 사람에게 잘 해야겠다 생각하며 내 스스로 위로해도 소나기처럼 울음은 갑자기 터진다. 바라건대, 너는 좋은 곳으로 가거라 나비처럼 훨훨 날아 환한 곳으로 가거라 거기에서 아픔도 걱정도 없이 윤아랑 남편 지켜주며 부디부디 편안하게 쉬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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