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 이십사 년을 살았다. 내 학비를 비롯해 수년간의 용돈과 학원비를 계산하다,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자 그만두었다. 지금 이 길거리를 걷고 있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계집애 하나가, 실은 살아오면서 억대의 돈을 먹어치운 것이다. 그 엄청난 돈을 먹어치우고 생산해내는 것이라곤 매일 쏟아내는 생리적인 배설물과... 배설물과... 이럴수가! 아무것도 없다... 희희낙락한 얼굴로 압구정동을 누비고 다니는 내 또래의 청춘들을 바라보았다. 이들 중 나처럼 돈 먹고 배설물만 쏟아내는 비생산적인 기계들이 몇이나 될까. 혹시 나만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들은 나와 다를지도 모른다. 이 동네의 일원인 척하며 강남을 기웃대는 허세 가득한 나 같은 인간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신의 미래를 준비한 똑똑한 청춘들일지도. 아니면 황금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운 좋은 인간들일 수도 있다. 뒤처지고 있는 것은 나뿐인 걸까? 갑자기 온몸이 서늘해졌다.
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 /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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